[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원을 감축하라고 압박하고, 강제 구조조정까지 예고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25개 출연연을 소관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기획재정부 지시에 따라 산하 출연연에 메일을 보낸 것은 맞지만 아직 진행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회의원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 분야 5개 노조와 공동으로 긴급간담회 ‘윤석열 정권의 공공기관 말살정책과 연구현장의 문제’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기획재정부 지시에 따라 출연연에 전달한 메일 일부 갈무리.(자료=조승래 의원실) |
|
조승래 의원실이 NST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NST가 기획재정부 지시에 따라 출연연 25곳에 정원 감축안을 제출하고, 미제출 시 강제 구조조정 가능성을 공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NST가 출연연에 보낸 이메일에는 “기재부는 출연연 혁신 계획 중 기능조정, 정원조정 계획이 다른 공공기관 대비 미흡해 기능·정원조정 부분에 대한 수정 제출을 요청했다”며 “기관 자구안 제출이 없으면 기재부 주도 기능조정, 정원조정 등이 실시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앞서 출연연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은 기재부의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관 별 혁신계획을 지난 달 말 기재부에 제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출연연에 기능·정원 감축, 인건비·경상경비 등의 예산 삭감 등을 요구하나 출연연 정원 대부분은 연구인력이어서 획일적으로 이를 줄이는 계획을 제출하기 어렵다.
다수 출연연이 기재부에 제출한 ‘혁신계획’에서도 대규모 정원 감축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기재부가 정원 감축을 재차 압박하고, 제출하지 않을 시 강제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기재부 주도의 ‘공공기관 혁신계획’은 △7월 말 가이드라인 하달 △8월 말 기관별 계획 제출 △10월~12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확정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승래 의원은 “출연연 발전을 위한 개혁은 필요하겠지만 연구기관 특성을 고려한 충분한 논의 없이 몇 달 만에 졸속 숫자맞추기 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선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과학기술을 강국을 외치고, 실제로는 과학기술의 미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NST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혁신계획을 8월말에 제출받아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간 의견을 ‘미흡하다’고 준 것”이라며 “기재부가 공운위(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연말까지 최종 확정하려는 사안으로 실제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