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이 대화” “아직 때 아냐”…美 대북정책 엇박자(종합)

백악관, 틸러슨 국무장관 ‘조건 없는 대화’ 제안 일축
북미 불신만 키울 수도…트럼프 트윗은 이틀째 ‘침묵’
  • 등록 2017-12-14 오전 11:48:22

    수정 2017-12-14 오후 6:45:21

렉스 틸러슨(뒤) 미국 국무장관이 올 10월16일(현지시간) 미 각료회의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 내 대북정책이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무부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백악관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 못 박으며 이를 뒤집었다. 미국 내에서조차 다른 신호를 보내며 북미 양국 불신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틸러슨 ‘조건 없는 대화’…하루 뒤 백악관 “때 아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마이클 앤턴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전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며 조건 없이 일단 만나자고 북한에 제안한 걸 백악관이 하루 만에 뒤집은 셈이다. 앤턴은 “최근 미사일 발사를 고려하더라도 지금이 대화하기 부적절할 때라는 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고 2주밖에 안 된 시점에서 대화할 순 없다는 것이다.

틸러슨은 하루 앞선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의 연설에서 “북한이 원한다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지금껏 대화 조건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를 내걸어 왔다.

틸러슨이 중국 등 주변국의 미온적 협조 속에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고 ‘백기 투항’하도록 하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익명 미국 고위 관료는 북한이 지난달 ‘핵 무력 완성’이라고 발표한 건 북한이 대화하려는 의향을 내비친 것이며 틸러슨이 이를 인지하고 대화를 제안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방침이 180도 다른 것만은 아니다. 틸러슨 역시 조건 없는 대화를 얘기하면서도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지려면 일정 정도 이상의 ‘침묵의 시간(a period of quiet)’이 필요하며 대화 중 도발도 피해야 한다”고 전제했었다. 또 국무부 대변인 헤더 노이어트 역시 엇박자 우려를 의식하듯 “분명히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백악관과 보조를 강조했다. 틸러슨이 ‘침묵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듯 대화를 위해선 핵·미사일 도발이 없는 완충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국제교류재단 ‘환태평양 시대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AFP


트럼프의 백악관-틸러슨의 국무부 ‘이상 기류’

그러나 백악관과 국무부의 이상 기류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익명의 백악관 관료는 로이터통신에 “북미 대화를 위해선 북한이 또다시 도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 정권이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협상하겠다는 게 미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틸러슨은 최근 대북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트럼프와 부딪혀 왔다. 이 탓에 틸러슨의 트럼프 정부 내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심지어 트럼프의 틸러슨 경질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질설을 부인해 온 틸러슨은 전날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10월 본인의 트윗 계정을 통해 북한과의 협상을 추진했던 틸러슨의 노력을 “시간 낭비”라고 깎아내렸다.

다양한 이슈에 대해 실시간 의견을 내놓는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은 이 건에 대해서만은 이틀째 침묵했다. 백악관 역시 틸러슨의 발언에 제동을 걸기는 했지만 이게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부분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미국의 불명확한 ‘신호’가 미국과 북한의 불신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언론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 외교 전문가를 인용해 “과거 국무장관의 발언은 곧 백악관의 의중이었으나 트럼프 정부에선 그렇지 않다는 평가”라며 “백악관과 국무부가 모순된 메시지를 내는 게 외교 기법일 수도 있지만 대화 성사라는 측면에선 오히려 그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북미 대화 가능성 다시 원점…한반도 긴장 계속

북한은 지난달 29일 75일 만에 역대 최고 성능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후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문가는 핵탄두 소형화나 대기권 재진입 시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한의 계획이 완성된 것까진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화성-15형’이 역대 최고로 발전한 형태라는 덴 이견이 없다. 머잖아 북한이 자신의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 계획 완성 전까진 미국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틸러슨 발언 하루 전에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핵 미사일 개발 의지를 재차 보여줬다. 미국은 선제공격을 불사하더라도 북한의 목표 달성을 막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대로면 양측 무력 충돌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엇갈린 신호에 북한의 옛 우방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반응할 지도 관심을 끈다. 양국은 외교부 명의로 전날 틸러슨의 제안을 환영했다. 이들은 북한과 미국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해야 한반도에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쳐 왔고 틸러슨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이 곧 미국의 양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의 발언으로 대화 가능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한편 미국 정치권의 엇박자에 국내 정치권의 시각도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미국의 본심’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강력한 제재를 위한 명분 축적용 발언’이라며 상반된 분석을 내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10월 초 추석연휴에 미국을 갔을 때 국무부와 상·하원 의원들이 ‘그건 전략’이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은 본래 장사에 밝은 사람 아니냐. 그러니까 대화를 위한 협상전략이지 진의가 아니다’고 말했다”며 “틸러슨의 말이 미국 정부의 내심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차관 출신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틸러슨 장관의 요구조건은 하나의 큰 명분 축적용”이라고 반박했다. 백 의원은 “(미국 입장에서)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걸 보여주기 위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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