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올 1월 1단계 모의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2단계까지 결과를 내놨지만 CBDC 도입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단지 기술적 구현 연구 목적의 실험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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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거래·NFT매매·국가간 송금 가능
한은은 7일 발표한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2단계 결과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한은은 작년 8월부터 10개월간 CBDC 모의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1단계(작년 8월~12월)에선 CBDC 제조·발행·유통 등의 기본 기능을 실험했고 2단계(작년 12월~올 6월)에선 오프라인 거래, 디지털 자산 거래, 정책 지원 업무 등 확장 기능을 실험했다. 그라운드엑스를 주사업자로 총 12개 업체와 협업해 이더리움 오픈소스 기반의 허가용 분산원장 네크워크를 구성해 모의실험을 진행했고 총 사업비 39억1000만원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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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더리움 기반의 원화가 발행되는데 만약 미국에서 달러 기반의 다른 분산원장을 가진 CBDC가 발행될 경우 ‘국가간 송금’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 미국이 각각 다른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CBDC를 발행했더라도 중개기관간 스마트 계약 등 환전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고 각각 분산원장에 기록이 남게 된다.
그밖에 중앙은행이 CBDC에 이자를 지급하게 될 경우, 법원 등에서 CBDC를 상대로 추심 행위가 이뤄질 경우, 의심거래 보고제도(STR), 고액 현금거래 보고제도(CTR) 등 의심 거래에 대한 규제당국 자료 제출 등 기존 제도도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연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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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 몰리면 업무처리 속도 떨어져…“최악의 경우 1분 소요”
그러나 업무 처리 속도 등 성능에는 한계가 있었다. CBDC 모의시스템에 500만개 계정을 생상하고 30분간 지속적으로 임의의 가상 거래를 발생, 누적시키며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초당 약 2000여건이 처리되지만 거래 건수가 증가할수록 수신까지 응답대기 시간이 1분 정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분간 초당 4200건의 거래가 집중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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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밖에도 CBDC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금융결제원을 비롯한 14개 은행과 협력해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은이 개발한 CBDC 모의실험 시스템을 각 은행의 하드웨어에 설치하고 이종 클라우드 등을 연결해 기능, 성능 등을 측정하는 내용이다.
다만 한은은 현재까지 CBDC를 실제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선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분산원장 기술 방식으로 CBDC의 기능을 구현하는 실험을 하는 것일 뿐, 이것이 최종 모델로 확정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달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부적으로 CBDC를 법적, 기술적으로 검증하고 있을 뿐, 한은이 먼저 도입할 것이냐에 대해선 보수적”이라며 “(먼저 도입했다가는) 국제 정합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미국, 유럽 등에서 국제적으로 도입하면 여기에 바로 대응할 수 있수 있도록 하는 것이 CBDC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유럽 등은 수년 내 CBDC 도입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