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5]文, 광주시민께 드리는 글…“호남이 지지 거두면 대선 불출마”

[이데일리 광주 = 김영환 정다슬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8일 광주를 찾아 “새누리당에 맞서 정권교체를 해낼 정당은 더민주밖에 없다”며 “그 애정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8일 광주 충장로거리에서 ‘광주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충장로거리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플랜카드를 들고나와 ‘문재인’을 연호했지만, 문 전 대표는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언제라도 이곳으로 달려오고 싶었는데 말리시는 분들이 참 많았다”고 말문을 열며 조용히 글을 읽어나갔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만, 그런 이유로 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연설문에서 자신의 잘못으로 “호남에 고립감과 상실감만 안겨드렸다.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고 정권교체의 희망도 드리지 못했다. 당의 분열도 막지 못했고 후보단일화도 이루지 못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국면에서 분열로 인한 패배를 걱정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못난 문재인이 왔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이제 내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더민주는 과거의 혼란을 딛고 새롭고 유능한 인재들로 넘쳐난다”며 “나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의 면면을 외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차차기 이 나라를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인재들이 호남의 더민주 후보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며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나는, 나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나의 모든 과오를 짊어지겠다”던 문 전 대표는 “그러나 한 가지 내가 가져갈 수 없는 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덧씌어진 ‘호남홀대’, ‘호남차별’이라는 오해는 부디 거둬달라. 그 말 만큼은 내 인생을 송두리쨰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이다”라면서 “나와 당과 호남의 분열을 바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라. 그것만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민주화는 호남과 호남 바깥 민주화 세력의 결합으로 이뤄졌다”며 “3당합당으로 호남이 고립됐을 때도 그에 반대한 영남 민주화 세력은 지역 내에서 전라도니, 빨갱이니 핍박받고 고립되면서도 호남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가 정치적인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호남을 사랑했어도, 호남사람처럼 호남의 정서를 알 수는 없었을 것. 호남이 듣기에 섭섭한 말을 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결단코 호남 홀대는 없었다. 오히려 역대 어느 정부보다 호남을 배려했다고 자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호남 바깥에서는 잘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호남이 손을 거둬들이지만 않는다면 정권 교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광주시민, 전남북 도민들께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전당대회를 통해 더민주 지도부도 새롭게 선출된다”며 “물론 나는 앞으로 당권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더이상 국회의원도 아닌 만큼,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정권교체 역량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