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의 연인 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말다툼하다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의 첫 공판이 눈물바다가 됐다. 고(故) 황예진(25)씨의 어머니는 이날 “코로나19 끝나고 여행 가자고 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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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정에는 황씨의 유가족이 참여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A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에서는 “사형시켜야 한다”, “사람을 죽여놓고 사과를 하느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A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변호인은 “백번이라도 사과할 의사가 있지만, (피해자 측에) 접근이 어려웠다”며 “피해자 변호인을 통해 합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 직후 황씨의 어머니는 취재진 앞에서 “곧 아이가 사망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코로나 끝나면 여행 가자고 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없다”며 “아이가 너무 보고 싶은 것이 힘들다”고 오열했다.
A씨 측의 합의 의사에 대해서도 황씨 어머니는 “사과를 하려면 3주간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을 동안 병원에 와서 사과를 했어야 했다”며 “사과를 하겠다고 했는데 본인의 형량을 줄이는 의도와 다름없어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 공판기일에는 검찰 측의 요청으로 황씨의 어머니가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또 법정에서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될 방침이다. 피해자 변호인 측은 “피해자 가족이 이 사건을 감당하면서 얼마나 큰 고통에 있었는지 소명할 예정”이라며 “실체적 진실과 양형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A씨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연인 관계였던 황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황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과 연인관계라는 것을 알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폭행 이후 A씨는 119에 ‘(황씨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것 같다’는 취지의 거짓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의식을 잃은 황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3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 지난 8월 17일 결국 사망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마포경찰서는 애초 A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 지난 7월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A씨의 가족과 직장 내 유대관계가 뚜렷해 도주할 가능성이 낮고, 수사가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등 보완 수사를 거쳐 A씨에 대한 혐의를 상해치사로 바꿔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결국, A씨는 지난달 6일 구속상태로 기소됐다.
한편 황씨의 모친은 지난 8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딸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약 53만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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