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신도시 택배전쟁, '최고의 품격과 가치'에 누리꾼 뿔났다

  • 등록 2018-04-10 오전 10:21:07

    수정 2018-04-10 오전 11:18:25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가 택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8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품격을 위해 지상에 택배차 출입금지 시킨 아파트’라는 제목으로 경기도 남양주 다산 신도시 아파트의 ‘택배차량 통제협조 안내’문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안내문에서 누리꾼이 지적한 부분은 “우리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하여 지상에 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문구였다.

택배차량 후진으로 아이와 부모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차 없는 단지’를 표방하며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은 이해하지만, 아파트 주민이 택배기사를 상대로 ‘갑질’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산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택배기사에 대한 대응 방안 (사진=독자제공)
입주민들과 택배업체는 무인 택배시스템이 정착하기 전까지 임시방편으로 지상 도로 한쪽에 택배를 쌓아두고 받을 사람이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분실 우려가 발생하자 택배기사들이 밤늦게까지 물건을 지키고 있는 모습 등이 알려지면서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독자적인 아파트의 결정이라면 입구에 택배 보관소를 만들어야지 택배기사한테 수레를 끌고 오라는 말은 갑질이다. 그럼 주민도 집에서 편하게 택배 받을 생각을 말아야지”, “출입은 막고 현관까지 배달해달라는 게 무슨 심보인지”, “참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다산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기사들이 놓고 간 택배 물품이 쌓여있다. (사진=독자제공)
또 몇몇 누리꾼은 ‘실버 택배’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실버 택배는 택배 기사들이 물건을 한곳에 모아 놓으면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각 가구에 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제안한 누리꾼 A씨는 “아이들의 안전 등을 걱정한 입주민 대다수가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에 반대했다. 유치원이나 학원 차량도 단지 내로 들어오지 못하는데 택배 차량은 들어와도 되냐는 게 그 이유였다”며 “그래도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니 답이 나오더라”라고 밝혔다.

실버 택배 비용은 아파트 관리비에서 노인당 복지금 명목으로 나갔다.

A씨는 “2500세대이다 보니 1000원씩만 거둬도 250만 원이 모였다”며 “1000~2000원 양보로 아파트 노인 복지도 되고 택배 기사의 노동력도 대폭 줄여주고, 무엇보다 지상에 차 없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정답은 멀리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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