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손동영기자] 29일 달러/원 환율이 1229원에서 1243원까지 왕복달리기를 하는 극도의 혼조속에 전날보다 3.20원 낮은 1234.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역외세력과 일부 국책은행의 달러매수로 환율이 급반등한 뒤 한국은행 총재의 원론적인 환율관련 발언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등 시장은 갈피를 못잡는 양상이었다. 환율변동폭은 14원에 달해 전날의 연중최대폭 12.50원을 가볍게 깨뜨렸다. 1230원이 단기적인 저점이란 인식이 강해졌다.
◇29일 시황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3.50원 낮은 1234원에 거래를 시작,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전날 급등락에 따른 피로감을 느끼며 쉬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달러매물이 늘어나며 서서히 밀린 환율은 1230원선이 다시 무너지며 10시12분 1229원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역외세력의 강한 달러매수 공세에 국책은행권의 매수가 더해지며 환율은 강하게 반등했고 11시2분쯤엔 1242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달러매물이 나오며 다시 밀린 환율은 1236.10원으로 오전거래를 마쳤다.
1235.50원에 오후거래를 재개한 뒤 환율은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업체네고와 은행권 달러매도초과(숏) 커버로 1237~1241원 사이에서 급등락을 보이던 환율은 역외매수가 다시 강해지며 2시57분 1243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저점대비 14원이나 급등한 것.
그러나 환율은 3시30분쯤 박승 한은총재의 발언이 전해지며 다시 급락했고 4시14분쯤 1232.50원까지 밀렸다. 이후 달러수급이 변하며 다시 반등한 환율은 결국 길고긴 왕복달리기 끝에 1234.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 급등락 이유는
지난달 중순이후 환율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특징은 달러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달러약세, 즉 환율하락이 추세로 확인되는 상황에서 누구도 달러매수에 나서지않았고 그 결과는 불과 한달보름만에 100원이나 폭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이제 1230원대에서 외환시장은 임자를 만났다. 바로 역외세력이다. 시장은 그동안 바닥근처에서 달러를 사는 세력은 외환당국이거나, 그 의뢰를 받은 공기업이나 국책은행, 아니면 에너지 수입업체등 일상적인 달러매수처로 예상했다. 그러나 의외로 1225원대부터 급반등하는 과정에서 역외세력이 시장에 불을 질렀다. 허를 찔린 시장은 이제 달러매수에 좀 더 적극적이다. 환율은 이제 갈피를 못잡고 급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어제오늘 경험으로 인해 1230원이 단기저점이란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고있다"며 "월말을 맞아 네고가 공급되더라도 환율이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보다는 반등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원론적인 한은총재 발언도 시장은 감당못해
박승 한은총재는 이날 MBN과 인터뷰에서 "최근 환율은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뿐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환율하락은 원화강세가 아닌 달러약세"라며 "원화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고있고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주지않는 범위내에서 점진적인 환율하락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멘트는 오후 3시30분 일제히 보도됐다.
환율이 움직일 만한 멘트가 아니었음에도 시장은 급하게 반응했다. 재경부의 간접적인 시장개입 의지가 환율추가하락 제한인데 한은총재는 반대되는 얘기를 했다는게 골자다. 그러나 장마감후 숨을 고른 시장참가자들은 "크게 신경쓸 멘트가 아니었다"고 반성하는 기색이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당시 시장심리가 취약했다는 의미다. 한 딜러는 "막판 시장은 일종의 패닉상태였다"고 평가했다.
◇주요 지표들
달러/엔 환율은 4시55분 현재 124.55엔으로 큰 변화가 없다. 오전에 비해선 약간 낮은 수준. 엔/원 환율은 이 시각 100엔당 991.01원 수준이다.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71억원, 코스닥시장에서 5억원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현물환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36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6690만달러가 거래됐으며 스왑은 각각 3억3020만달러, 4억770만달러가 체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