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 ‘새벽의 스튜디오’(2022 사진=노블레스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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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왠지 심박수가 늘어난 듯하다면 한판 즐길 장소를 찾아낸 거다. 옹기종기 혹은 무지막지하게 쌓아둔 온갖 기물을 하나씩 끄집어내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 하지만 그 재미는 넉넉잡아 세상의 절반에만 해당될 거고, 나머지 절반은 그 상태 그대로의 ‘방치’를 즐기겠다고 할 터. 기물 대신 온갖 상상력을 하나씩 끄집어내면서 말이다.
작가 영리(42)는 마땅히 뒤쪽에 속해 있다.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장난스러운 상상력으로 풀어낸다”니까. 눈여겨볼 건 상상력의 수위다. 붓·캔버스 등 미술도구는 말할 것도 없고 시계·전등·청소도구까지 등장시킨 ‘새벽의 스튜디오’(The Studio at Dawn·2022)에선 단연 사물들에 ‘표정’을 씌운 건데. 연필은 몸을 비틀고 빗자루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으며 브러시는 울고 있지 않은가. 마치 작가의 미묘한 감정상태를 대신 드러내고 있는 듯하달까.
‘미장아빔’ 형식이란다. 자신과 특정 오브제를 반복적으로 화면에 끌어오는 기법. 그 무기로 불안한 오늘, 긴장된 내일을 반복하는 ‘우리’의 현실과 내면을 드라마틱하게 어울렸다. ·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에드가르 플란스, 사무엘 살세도, 빌럼 후프나얼, 양현준과 여는 5인 그룹전 ‘노블레스컬렉션×비아산’에서 볼 수 있다. 노블레스컬렉션이 스페인 비아산갤러리와 컬래버레이션한 기획전이다. 회화·조각 12점을 걸고 세웠다. 리넨에 오일·파스텔. 152.4×121.9㎝. 노블레스컬렉션 제공.
| 영리 ‘밤여행자’(2022), 리넨에 오일·파스텔, 40.6×40.6㎝(사진=노블레스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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