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외교 활동 예산인데…대사 배우자 모임비로 썼다”

이태규 의원, 외교네트워크 구축비 감사 결과
주요 공관 39곳 중 38곳 위반사례 적발
공개행사·도서구입·언론 및 한국인에 지출
“오집행 일상적, 혈세 막고 개선책 찾아야”
  • 등록 2021-09-03 오후 3:42:24

    수정 2021-09-03 오후 3:42:2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해외에 나간 외교관들이 주재국 주요 인사와 인맥을 강화하는 데 써야 할 ‘외교네트워크 구축비’ 예산을 대사 배우자의 모임 회비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교네트워크 구축비는 과거 특별활동비로 쓰여진 예산으로, 주요 외교인사와의 비공개 외교활동 등에 한해 법인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네트워크 구축, 정보수집 등 대외 보안성이 필요한 외교적 업무 수행을 위해 편성한 예산이다.

외교부 전경(사진=뉴스1).
3일 국회 외통위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2020~2021년 7월 외교네트워크 구축비 집행현황’ 감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공관 39곳 중 38개 공관에서 집행지침 위반 및 부적정 집행 사례가 적발됐다. 주재국 외교인사를 대상으로 대외보안이 필요한 업무를 하라고 편성된 예산이 엉뚱한 데 사용된 것이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주말레이시아, 주미국, 주엘살바도르, 주인도 대사관 및 주시카고 총영사관 등 5곳은 대사 배우자의 모임 회비 납부에 외교네트워크 구축비를 썼다. 민간인 신분인 대사 배우자는 이 예산 사용이 금지돼 있다.

주뉴욕 총영사관은 현지 교민 사진전에 축하화환을 보내는 데 이 예산을 사용했다. 주뉴질랜드 대사관의 경우엔 외교네트워크 구축비를 대외보안성이 낮은 비(非)외교 인사인 한국 언론사 파견 통신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위원, 피아니스트 등과의 식사에 지출했다. 주미국 대사관도 호텔관계자, 한국 기업관계자 등과의 식사에 이 예산을 썼다는 게 이 의원실 측의 주장이다.

주LA 총영사관은 공개행사인 유공자 표창전수식을 원칙대로 사업비 혹은 주요행사비로 집행하지 않고 외교네트워크 구축비로 썼다.

이외에도 케이팝 동호회 면담이나 도서구입에 네트워크 구축비를 전용한 사례도 있었다. 주폴란드 대사관, 주후쿠오카 총영사관 등 10곳은 과거 감사에서 해당 예산 관련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적발됐다.

이태규 의원은 “보안이 요구되는 긴요한 외교활동을 위해 쓰여져야 할 예산의 목적외 사용과 오집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면 기강해이와 해당 외교사업의 적절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엄중한 감사와 계도를 통해 국민 혈세의 누수를 막고 전략에 맞는 최적화된 외교활동을 이끌어 낼 개선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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