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실망한 메르켈 "유럽 스스로 운명 맞서야"(종합)

"트럼프의 美, 더 신뢰 못해…동맹관계도 전과 같지 않아"
브렉시트 이후 EU 이끌 파트너는 프랑스…“마크롱 도울 것”
"사실상 美-유럽 공조 시대 종식 선언…트럼프의 자충수"
  • 등록 2017-05-29 오전 10:31:16

    수정 2017-05-29 오전 10:58:51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한 행사에서 맥주잔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방성훈 기자] “유럽은 스스로 운명에 맞서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는 더 이상 확고하지 않다. 유럽은 자신의 이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는 메르켈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및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내린 결론이다. 메르켈 총리는 나토 방위비 분담금 문제, 러시아, 기후변화 및 글로벌 무역 등에 대한 대다수 유럽 국가들의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헤아리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이 앞으로는 자주성을 길러야 하며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다가올 문제들을 마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다른 나라(미국)에 완전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시기는 끝났다”며 “우리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싸우는 건 결국 우리 유럽인이다. 유럽은 스스로 이익을 위해 일어서야 하며 자신감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이 ‘홈런을 쳤다’는 그의 주장과는 달리,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과 불협화음을 냈다는 것을 방증하는 또다른 증거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 간의 거리를 좁히기 보다는 오히려 멀어지게 만들어 외교 관계를 더욱 악화시고 돌아왔다는 얘기다.

메르켈 총리는 기후변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특히 우려를 표했다. 2015년 195개국 대표는 파리에 모여 기후 온난화 등에 대응해야 할 의무를 세계 모든 나라가 함께 부담하는 신(新)기후체제에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기간부터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언해 왔다. 메르켈 총리는 “파리기후협정은 과거 어느 협정과도 다르다. 세계화를 위한 핵심적인 합의”라고 강조하며, 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기후에 대한 모든 논의는 매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불만족했다고 볼 수도 없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주장을 들어본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을 떠나겠다는 영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독일 다음으로 유럽에서 큰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인 만큼 “브렉시트는 범대서양 국가들의 결속을 약화시키고 유럽을 (외부 압력에) 예전보다 더 노출시키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유럽은 앞으로 미국과 영국은 물론 심지어 러시아까지 우호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유럽을 함께 이끌어나갈 파트너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꼽으면서 “독일은 힘닿는 한 (마크롱을) 도울 것”이라고 덕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 내 반(反)EU 후보인 마린 르펜 후보를 압도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 대선 전 “(EU에서 탈퇴하겠다는) 르펜 후보가 프랑스 대통령이 되면 독일은 고립되고 EU는 심하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한편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다소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투스크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번 회담에서 비록 상식을 벗어난 감정과 행동들이 있었지만 분명한 건 지난해 11월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보다 (미국과의) 신뢰가 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의 첫 해외순방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나토 대사 출신의 이보 달더 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회장은 “미국이 이끌고 유럽이 뒤따르는 시대는 끝이 났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새로운 현실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강력한 동맹국을 확보하고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가치관을 추구하는 것인데, 유럽과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내렸던 결정들은 미국을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만드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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