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최근 특정 고전 게임을 ‘밀봉품(미개봉)’으로 속여 고가에 판매하는 수법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구매한 제품 밀몽을 뜯어봤더니 엉뚱한 게임이 들어 있거나 새 제품이 아닌 중고 물품이 들어 있는 식이다. 추산 피해 금액만 2000여만원에 달한다.
| PS1 고전게임 ‘3 원더스’ 밀봉품(가품). 패키지 하단에 미묘하게 흰색으로 인쇄가 덜 된 부분이 보인다. 개봉한 게임 CD는 백화현상이 일어난 중고품이었다. (사진=A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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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고전 게임 수집가인 A씨는 이데일리에 “지난 7월 14일 플레이스테이션1 게임 중에서도 희귀한 게임 밀봉품을 택배비 포함 21만 4000에 구매했다”며 “깨끗한 밀봉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최근 고전 게임 커뮤니티에서 밀봉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개봉해보니 중고 물품이었다”고 밝혔다.
고전 게임 수집가들은 밀봉품을 구입해 포장을 뜯지 않고 소장만 하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 드러난 패키지 모양에 이상이 없으면 실제 게임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밀봉품 게임을 다수 판매한 판매자 역시 이 점을 노리고 중고품이나 다른 게임을 넣고, 패키지를 정교하게 위조해 밀봉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A씨가 구매한 게임은 지난 1998년 일본 게임사 캡콤에서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1 게임 ‘3 원더스’다. A씨는 “상품을 자세히 살펴보니 패키지 폰트가 매끄럽지 않고 하단에 인쇄가 덜 된 부분이 있었다”며 “상품을 개봉해보니 중고 게임CD에서 나타나는 백화현상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 외에도 초고가 밀봉 제품을 구매한 다른 분들이 줄줄이 상품을 개봉해 확인해보니 피해자가 더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 PS2 고전게임 밀봉품 가품(왼쪽)과 정품(오른쪽). 영문 i 로고 폰트가 미묘하게 다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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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전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피해를 당했다는 게시글이 속출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도 “구입한 밀봉 제품을 푸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이기에 하루 정도 개봉할지 고민했다”며 “하지만 정품 타이틀과 비교해 특정 글자 폰트가 미묘하게 달라 개봉해봤다. 처음에는 게임 매뉴얼까지 다 있어서 ‘밀봉 값 날아갔다’고 생각했지만, 가지고 있던 플레이스테이션2에 게임을 돌려보니 전혀 다른 게임이 나왔다”고 전했다.
| 또다른 피해자가 구매한 PS2 고전게임 ‘여신전생 페르소나3’. 게임을 실행시키니 전혀 다른 게임이 나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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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8명이며, 이 중 5명은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다. A씨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은 100만원 짜리 게임을 6장 산 분으로 600만원 어치 게임이 모두 가짜 밀봉품이었다”며 “600만원 정도 피해자가 2명이 있고 나머지는 최소 20만원에서 100만원 까지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경찰은 (판매자가)도주 의도가 없다며 풀어줬다. 문제는 피해금을 언제 돌려받을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사기꾼이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는 등 전형적인 사기 멘트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전 게임 수집가들은 밀봉 제품을 소장만 하는 이들이 많아 실제 피해자는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접수한 오산경찰서는 이데일리에 “수사 관련한 사건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