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反유대주의 여론 확산…"평소와 달리 검열 칼날 없어"

中관영매체·SNS 중심으로 반유대 정서 확산
"반미·반유대 정서, 中에 지정학적으로 유용"
"이스라엘의 신뢰 약화로 '중재자' 역할 타격" 지적도
  • 등록 2023-10-30 오전 10:25:01

    수정 2023-10-30 오전 10:25:01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국 온라인상에서 반(反)유대주의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통상 온라인 여론을 입맛대로 통제하는 검열 당국이 이러한 여론을 차단하지 않고 있어 지정학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사진=AFP)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중국 온라인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선동적인 발언이 만연하고 있으며,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묵인하고 있다는 내용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하마스를 옹호하거나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변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 편집장은 최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이스라엘이 태양계에서 지구를 쓸어버릴까 걱정된다”라고 썼다. 환구시보가 보도에 자주 인용하는 국제관계 전문가 션 이 중국 푸단대 교수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나치의 침략 행위에 비유하기도 했다.

중국 SNS 웨이보에 29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 사용자는 최근 하마스를 ‘테러 조직’이 아닌 ‘저항 조직’으로 부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되레 이스라엘을 테러 조직이라고 지칭했다.

중국 한 국영 방송사는 웨이보에 유대인들이 미국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으며,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 가운데 상당수는 반유대주의적이며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경시하는 내용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도 최근 사설에서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으며,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분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중국 관영 매체의 입장과 온라인의 여론이 의도적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중국 관영 매체는 공산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거의 벗어나지 않으며, 검열 당국은 (일반적으로) 원치 않는 모든 콘텐츠는 신속하게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반유대주의적 여론을 통제하지 않는 데에는 지정학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대중들 사이에서 반미 정서를 형성하기 위해 이번 전쟁을 이용하는 동시에, 아랍권 국가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중국 전문 싱크탱크 시그널그룹의 캐리스 위트 전무는 “중국 검열 당국이 반유대주의 발언을 허용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느꼈다면 이를 차단했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이러한 발언을 용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아랍권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전쟁에 대한 반유대주의·반미 정서 확산은 지정학적으로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 내 반유대주의 여론 확산이 오히려 중국의 외교적 성과를 깎아내릴 수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게달리아 애프터만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 외교 및 국제 관계 연구소 아시아 정책 책임자는 “이러한 여론은 중국을 공정한 중재자로 신뢰하려는 이스라엘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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