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선고 앞두고 초조한 한화·SK 운명은...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한화(000880)그룹과 SK(003600)그룹의 운명이 걸린 총수들의 선고 공판이 공교롭게도 오는 26일과 27일에 연이어 열린다. 총수 부재로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오던 한화와 SK는 재판 결과에 따라 그룹의 앞날이 좌우될 수 있어 초조하게 선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6일 오전 10시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위장 계열사의 부채를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도록 해 회사에 3500억원대의 손실을 떠넘긴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2011년 1월 기소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회장은 구속된 후 조울증과 호흡곤란 등 건강이 악화돼 지난 1월 법원으로부터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병상에 누운 채로 법정에 출석한 지난 4월 2심에서는 횡령 혐의는 벗었지만 배임 혐의는 그대로 적용돼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3차례에 거쳐 구속집행정지 기한을 연장해 김 회장은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고심 선고 때도 출석하지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집행정지 기한은 11월7일까지다. 한화그룹은 10월 중순으로 예상했던 대법원 선고가 앞당겨지자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이다. 기일이 앞당겨진 것은 더이상 따져볼 쟁점이 없다는 것으로 원심 확정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 때문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결과를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김 회장의 건강 악화와 장기간의 경영 공백으로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타격을 입은 것 등을 고려해 재판부가 선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법정구속 후 계열사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영공백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김 회장이 공을 들인 이라크 신도시 사업에서 일찌감치 8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내며 우선권을 가졌지만, 김 회장의 구속 후에는 추가 수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은 최근 들어 업황이 회복되고 있지만 후속 투자에 대한 경영판단이 이어지지 않아 정체된 상황이다.

27일 오후 2시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있다. 최 회장은 2008년 SK 계열사 펀드 출자금 497억원 등 총 63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2년 1월 기소됐다. 지난 1월 1심에서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반면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아 형제간 명운이 엇갈렸다.

SK그룹은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 중 한 명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증인 신문이 없이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K측은 김원홍 씨가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을 속이고 수백억원의 자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말 법정에서 김씨가 사건의 주역임을 자인하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7월 대만에서 체포됐고, 송환 절차를 밟아 오는 29일 이전에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6년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