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미국과 영국 합동 연구진이 난자와 정자 없이 줄기세포만으로 생쥐의 인공 합성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생쥐의 자연배아(위 사진)와 인공 합성 배아(아래 사진). (사진=네이처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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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 등에 따르면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리학·발달·신경과학부 교수가 이끈 영국·미국 공동 연구진은 과학 저널 ‘네이처’를 통해 “10년간의 연구 끝에 줄기세포만으로 생쥐의 배아를 만들고, 심장, 뇌 등의 장기도 발달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줄기세포는 근육과 뼈, 장기, 피부 등 다양한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초기 단계의 미분화 세포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앞서 이스라엘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 자궁에 배아 줄기세포와 태반 줄기세포, 난황낭(배아를 감싸는 얇은 막)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생쥐의 자궁과 유사한 압력을 가하며 이를 지켜본 결과, 3종의 줄기세포는 상호작용하며 배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심장과 뇌가 형성하는 단계인 8.5일까지 배아를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생쥐의 임신기간(20일)의 절반에 가까운 기간이다. 제르니카-쾨츠 교수는 “심장은 잠시 박동을 했으며 뇌도 거의 모든 부분이 완성됐다”며 “이렇게까지 멀리 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궁 안에 있어 볼 수 없었던 배아의 발달 과정을 줄기세포 배아 모델을 통해 관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의학계에서는 줄기세포 배아 모델이 향후 난임·불임 등 임신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젠핑 푸 미국 미시간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착상 후 배아의 발생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도구가 생긴 것”이라며 “이번 성과는 인간의 줄기세포를 사용한 인공 배아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