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독버섯]'주가조작·내부정보 이용' 檢 증권사 임원 등 11명 구속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검찰이 유명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이 주도적으로 가담한 조직적인 증권 범죄를 적발했다. 증권사가 특정 기업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띄우거나 개인 영리를 목적으로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 등 증권업계 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기관투자가에게 동양피엔에프(104460) 주식 15만주를 사도록 알선하는 대가로 거액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알선수재 등)로 전 골드만삭스 상무 김모(47)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아울러 동양피엔에프 대주주 차명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가담하고 거액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전직 증권사 직원 오모(53)씨 등 8명을 구속 기소하고 김모(52) 한양증권 이사대우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1년 10월 무렵 증권업계 브로커 안모(43)씨로부터 동양피엔에프 주식을 사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김씨는 친분을 이용해 다른 증권사 펀드매니저 등을 동원, 동양피엔에프 주식 15만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성사했다. 김씨는 대가로 안씨에게 8000만원을 받았다.

아울러 검찰은 김씨가 2011년부터 약 1년 반에 걸쳐 골드만삭스가 사들이려는 펀드 편입 종목과 매매량, 매매시기 등 업무 정보를 이용해 자기 차명계좌 5개로 주식 거래한 혐의도 적발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골드만삭스가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거나 팔기 직전에 자신의 차명계좌로 같은 주식을 사고팔아 15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겼다.

검찰은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띄우려던 작전세력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코스닥 상장사인 티플랙스 주식을 대량으로 기관투자자와 동양자산운용 등에서 매수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알선수재 등)로 한모(44) 전 다이와증권 이사 등 2명을 구속하고 전 동양자산운용 펀드매니저 홍모(5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티플랙스 주주 A씨는 전직 증권사 차장인 한모(43)씨에게 자신이 보유 중인 주식을 기관투자가나 외국계 펀드에 팔아달라고 청탁했다. 한씨는 금융브로커를 통해 당시 다이와증권 이사였던 한 팀장에게 티플랙스 주식을 기관투자가에게 팔아달라고 청탁했다. 한씨는 주식매매 대가로 A씨로부터 2억7000여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1억원을 한 팀장에게 줬다.

검찰 관계자는 “공신력과 인지도를 갖춘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임원이 돈을 받고 다른 기관에 주식 매매를 알선하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확인했다”라며 “시세조종 세력이 주가를 띄우고 시세차익을 챙기는 데 금융기관 임직원이 가담하는 불법을 저지르면 건전한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