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동결을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높은 물가와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해 이미 고사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또다시 오를 경우 이를 지불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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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늘어나는 원자재비 인건비, 떨어지는 매출로 인해 ‘나홀로’ 운영을 택할 만큼 소상공인이 한계상황에 내몰려 있다”며 “이런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감안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지난주 노동계에서는 24.7% 인상한 시간당 1만 2000원을 주장했는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급이 1만 4400원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약 250만원 수준”이라며 “지난 2021년 소상공인 월 평균 소득이 233만원이었다. 현실적으로 지급 가능한 금액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해서는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소상공인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이 조항은 최저임금 논의에서 완벽하게 배제됐다”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겨우겨우 버티는 소상공인들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한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이전부터 숙박업이나 음식업 등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에 한해 업종별 구분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왔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가 계속 저임금만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고용기금을 꾸려 근로자에게 20~30만원씩 지원하는 식의 해법도 함께 제시했었다.
주휴수당과 관련해서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올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 1544원에 달한다”며 “왜 최저임금에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낮은 수준일 때는 임금보전의 개념이었다지만, 이미 국내최저임금은 중위임금대비 62.2%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주휴수당은 알바쪼개기 등 각종 폐해의 온상이기도 하다.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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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는 숙박업, 음식업, 미용업, 제과업 등 업종별 소상공인이 참석해 최저임금과 관련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과업을 하는 배정열 대표는 “요즘은 하루 얼마나 팔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두렵지만 너무나 오른 물가로 인해 재료 주문하기도 무섭다. 재료비와 월세, 전기세에 전체 매출 중 35%를 차지하는 인건비까지 더해지면 마진이 없다”며 “대기업이 장악한 분야는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겨우 운영하는 사업장은 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은파 원장은 “미용실의 보조 스태프는 학교를 막 졸업해 실무가 불가능하므로 숙련된 디자이너가 손에서 손으로 기술을 전수하는 도제방식으로 디자이너를 양성한다”며 “그러나 업종의 특성을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현재 최저임금으로 인해 디자이너 양성에 많은 고충이 따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제시스템으로 손끝기술을 전수하는 업종에 최저임금을 강제하려면 일정 수련 기간을 부여하고 해당 기간에는 최저임금의 50%를 정부가 보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외식업을 운영 중인 정동관 대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현재 시간당 1만 2000원을 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는데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직원에게도 월급이 250만원이 나간다”며 “예전이면 당연히 아르바이트를 썼을 바쁜 식사 시간에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대신 가족들의 손을 빌려 운영하는 실정이다. 나도 직원을 4명 뒀다가 한 명을 줄였다”고 말했다.
소공연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향후 최저임금 동결 등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활동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