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1년 중 가장 많은 눈이 내린다는 절기인 ‘대설’에 접어들었지만,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2월 낮 기온이 20도 내외를 넘나드는 봄 같은 날씨를 보이더니 호우특보가 내릴 만큼 많은 비가 내리는 동시에 한파까지 찾아오고 있어서다.
| 전국 한파 특보에 발령된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 주변 나뭇가지에 고드름이 생겼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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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 내내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나타낼 것으로 예보됐다. 지난 15일 최저 기온이 6도(서울 기준)를 기록하는 등 평년 온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를 보였지만, 주말 간 기온이 급강하하며 영하권에 접어들었다. 지난 17일 최저기온은 11도를 기록한 데 이어 오는 21일 최저 기온 영하 14도를 예고하며 전국 대부분 지역의 한파 특보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날씨는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날씨는 이달 초부터 이어진 봄 같은 날씨와 대비된다는 점에서 더 춥게 느껴지고 있다. 실제 지난 8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이 한낮에 15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평년 대기 기온이 10~15도가량 높은 포근한 날씨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11일에는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 등을 중심으로 30~80㎜의 비가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널 뛰는 기온’이 발생하는 배경으로 약화한 제트기류 현상을 꼽는다. 제트기류는 대기 상공(고도 5㎞ 이상)에 동서로 강하게 형성돼 북국의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는 ‘에어커튼’ 역할을 한다. 대기 상층부 바람의 동서 흐름이 원만하면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흐름이 더뎌지면 찬 공기가 남하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식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우리나라 대기 상층부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상황인데, (지난주에는) 서에서 동으로 대기 흐름이 잘 흘러가면서 북극의 공기가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남서풍 등의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따뜻한 날씨와 함께 비의 양도 많았다”고 따뜻한 날씨와 폭우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우 통보관은 “기압계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정체현상인 ‘블로킹’이 일어나는데 지금은 블로킹 현상이 일어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온 상황”이라고 한파 이유를 설명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북쪽의 찬 공기량이 줄어들면서 팽팽했던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흔들리게 되는데, 이때 뜨거운 공기가 북쪽으로 자기 세력을 확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최근 유럽 대륙 쪽에 치우쳐 있던 차가운 공기가 이번엔 아시아 대륙 쪽으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