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여야 대선주자들이 1일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대거 참석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초읽기에 접어들면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전 3.1절 관련 기념식에 각각 참석한 뒤 광장으로 향했다. 서울 도심으로 쏟아져나온 촛불·태극기민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헌재의 탄핵심판과 관련해 여야 정치권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온국민이 하나돼 태극기로 3.1절을 기념해야 하는데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됐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헌재의 탄핵결정 승복 서약식 참석을 촉구했다. 그러나 소리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여야 3.1절 기념행사 나란히 참석…순국선열 추모에는 한목소리
여야는 제98주년 3.1절을 맞아 순국선열을 추모하며 항일운동 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각각 이날 대변인 명의의 3.1절 논평에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양분된 대한민국 사회의 분열상을 우려하면서 3.1운동 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 방점은 달랐다. 범여권은 탄핵에 따른 국론분열 방지에 초점을 맞췄고 야권은 탄핵완수를 주문했다.
여야 대선주자도 3.1절 기념식에 참여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열린 ‘3·1절 그날의 함성’ 기념행사에, 안희정 충남지사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3·1절 기념행사에 각각 참석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광주 상무시민공원에 있는 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 남산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했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정치적 텃밭에서 3.1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유 의원은 애국지사묘지공원인 대구 신암선열공원에서 순국선열의 넋을 기렸다. 남 지사 역시 수원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리는 3.1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원 의원은 평택에서 열린 민세 안재홍 선생 서세 52주기 추도식에, 안상수 의원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전국동시만세운동에 참여했다.
◇문재인·이재명, 촛불집회 참석 vs 김문수·이인제, 태극기집회 참석
3.1절을 맞은 서울 도심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흘렸다. 촛불민심과 태극기민심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찬반 대규모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특검수사 종료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카운트다운에 접어들면서 일촉즉발의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촛불집회에서는 “박근혜 구속·탄핵인용 만세”의 구호가 넘쳐났다. 반면 태극기집회에서는 “탄핵반대와 기각”의 구호가 울러 퍼졌다. 이 때문에 유력 정치인들의 촛불집회·태극기집회 참석은 탄핵 찬반 여론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헌재를 압박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컸다. 국민의당 소속 안철수·손학규, 바른정당 소속 유승민·남경필 등의 대선주자는 광장집회에 불참했지만 나머지 주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였다.
민주당 소속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섰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면서 촛불시민들과 뜻을 함께 했다. 안 지사의 경우 충남지역의 조류인풀루엔자(AI) 대책회의 관계로 촛불집회 참석을 취소했다. 문 전 대표는 앞서 3.1절 기념행사에서 “촛불집회는 3·1 만세시위와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일종의 국민 저항권 행사”라면서 “이번에야말로 촛불혁명이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태극기집회에 각각 참석했다. 아울러 김진태, 윤상현, 조원진 등 10여명의 의원들도 참석했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에 시동을 건 것이다. 김문수 전 지사는 “민중혁명세력과 야당·특검의 마녀사냥에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며 탄핵기각을 촉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이제 차분히 헌법재판소의 결과를 기다릴 때”라면서 “대선후보들이 모두 결과 승복을 외치지만 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다. 건강한 국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