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앙은행은 갈수록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됐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아시아로 유동성이 몰려들고 이는 자연 인플레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인플레 압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정부와 공조, 보조 정책수단으로 물가 통제와 통화 가치 상승 유도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두 정책 모두 부작용을 안고 있어, 아시아 중앙은행은 인플레, 금리차, 강통화라는 `트릴레마(trilemma)`에 빠진 형국이다.
◇亞 인플레 압력에 금리인상 대신 물가통제로
아시아 중앙은행은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대신에 정부가 물가 통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중앙은행은 미국과 금리차를 우려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이 지난 1월24일 미국과 금리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지 닷새 뒤에, 인도 인도 중앙은행은 인플레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7.75%로 동결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인상한 중국 정부도 미국의 금리 인하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JP모간 체이스의 징 울리히 중국 증시 담당 대표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환경에서 중국은 영원히 금리를 인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을 감안해서 보면 아시아 기준금리는 평균 3.60%로, 3년 만에 처음으로 G7 기준금리 평균(3.02%)을 앞섰다.
전문가들은 금리 카드가 제한된 상황에서 아시아 정부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 수단도 동원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부국(富國)에 속하는 싱가포르도 금리 인상 카드를 접고, 지난 주 국민에게 현금과 세금 환급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탓이다.
◇민심 달랬지만..경제 왜곡과 인플레 압력 가중 부작용
인구는 많고 가난한데, 물가마저 급등하면 아시아 국민은 길거리로 나가 정부를 비난했다.
아시아 국가가 가장 두려워 것도 바로 민심 이반. 따라서 금리 정책에서 발묶인 아시아 국가는 시장 원칙을 무시하고 물가 통제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물가통제 부작용을 지적했다.
우선 물가 통제의 약발이 그리 오래 갈 수 없다는 것. 제임스 맥코맥 피치 레이팅스 아시아 신용등급 담당 대표는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물가 통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빌 벨체어 맥쿼리 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사람들이 어떤 고통도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원유와 다른 상품 소비를 줄일 이유가 없다"며 장기적 해결책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탓에 G7은 각국이 인위적으로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젠 외환시장 개입 않는게 `정책`..수출기업 어려움 `어쩌나`
아시아는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아시아 중앙은행은 자국의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급등하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였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서, 통화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 아시아 금융시장은 아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개입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민 톨루이 핌코 채권매니저는 "일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통화 절상을 인플레를 억제하는 중요한 도구로 보고 있어, 외환시장 개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수단도 부작용을 안고 있다. 결국 그동안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환율이 수출기업의 실적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인플레 부담으로 금리를 섣불리 인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통화 가치 상승을 방치한다면, 수출기업이 미국 경기둔화와 통화 절상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아시아 당국도 경제를 왜곡시키는 물가 통제와 수출기업을 옥죄는 환율을 금융시장처럼 부담스럽게 여기긴 마찬가지. 베트남과 오스트레일리아는 금리차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를 더 우려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선택했다.
다른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도 금리 인상을 미루는 것일 뿐 인플레 고통이 한계에 달하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