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박원주·김경규…차관직 내려놓자 장관 후보군

김양수 전 해수부 차관 등 공무원 출신 차관 잇따라 퇴임
업무 능력 탁월한 실무형 인사..차기 개각서 장관 물망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 檢기소 무죄 명예회복 후 용퇴
  • 등록 2020-08-20 오전 11:01:00

    수정 2020-08-21 오전 11:00:25

왼쪽부터 김양수 전 해양수산부 차관, 박원주 전 특허청장, 김경규 전 농촌진흥청장.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최훈길 이명철 김상윤 기자] 지난 14일 단행된 인사로 다수의 차관급 인사들이 물러난 가운데, 이들의 차기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8년 8월 임명돼 약 2년간 차관직을 수행한 김양수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해수부 출범 이후 역대 2번째 장수 차관으로 기록됐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 전 차관은 해수부에서 기획조정실장, 해양정책실장,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세월호 참사로 해수부가 여론에 질타를 받던 2014년 12월 대변인을 맡아 원만한 대국민 소통창구 역할로 해수부 안팎에서 호평을 받았다.

김 전 차관은 1968년생으로, 아직 52세에 불과하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정통 해수부 관료로 수산과 해양, 해운까지 해수부 업무 전반에 해박하다는 점에서 실무형 장관 후보군 0순위로 꼽힌다. 실제 김 전 차관은 지난해초 김영춘 전 장관 퇴임 당시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4일 열린 이임식에서 “정부 내에서 해수부 위상이 그리 높지 않다”며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경쟁력 있는 부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의식을 갖고 단결된 조직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박원주 전 특허청장은 취임 1년 11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특허청장 취임 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자원실장, 산업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산업통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자원실장으로 근무하며 에너지전환 정책 실무작업을 총괄했다. 이같은 이를 바탕으로 박 전 청장 역시 차기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군에 항상 포함된다. 다만 2018년 3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대상에 오른 탓에 장관직에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인 김경규 전 농촌진흥청장도 이번 차관 인사를 통해 1년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청장은 평소 대외에서도 신임이 두텁고 조직 내에서도 신뢰가 깊었던데 비해 2년을 채 못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나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과는 행정고시(30회) 동기다. 이 때문에 후임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용퇴가 아니냐 하는 시선도 있다. 김 전 청장도 문재인 정부 마지막 개각때 농식품부 장관으로 금의환향 할 수 있는 관측이 나온다.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옮길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뉴시스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임명 후 우여곡절을 겪었던 지철호 전 부위원장은 3년 임기를 5개월여 앞두고 용퇴를 결정했다.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이자 합의제 준사법기관인 공정위는 다른 위원장·부위원장·위원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다.

2018년 1월 부위원장에 임명된 지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임명 8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를 당했다. 무죄를 주장했던 그는 김상조 당시 공정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수차례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무죄가 확실한 데도 자리를 내려놓을 경우 공정위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소신에서다. 당시 검찰 수사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앞두고 공정위와 검찰 간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조직에 부담을 느낀 김 전 위원장은 지 전 부위원장을 결국 업무 배제시켰다.

하지만 지 전 부위원장은 결국 이듬해인 2019년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1주일 후 업무에 복귀했다. 올초 대법원 판결에서도 최종 무죄를 받았다.

본인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킨 지 전 부위원장은 6월말께 사표를 던졌다. 지 전 부위원장의 이번 사퇴에 대해 공정위 내부에선 후배들을 위한 용퇴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정위는 검찰의 대대적인 공정위 수사 후, 간부들의 외부기관이나 기업 재취업이 어렵게 되며 인사적체가 심해졌다. 후임인 김재신 부위원장은 행시 34기로 지 전 부위원장보다 5년 후배다.

그는 퇴임식 때 의례적인 퇴임사를 대신해 1시간 가량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외압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공직생활을 하는 방법, 조사를 잘 하는 방법 등 그가 수십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비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워낙 강직한 분이시다보니 검찰 조사에서 결국 아무런 문제도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아직 할일도 많이 남았지만 후배에 더는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수사에 강한 칼을 휘두른터라 ‘불도저’로 불렸던 지 전 부위원장은 다른 공정위 전관과는 다르게 로펌에는 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퇴임 이후에도 ‘불도저’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질문에 그는 “공정거래 관련 분야에 대해 연구하는 게 있다”면서 “기존에 공정위맨이 걷던 길과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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