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하마평 9인, 그들이 궁금하다

축구 칼럼니스트 존 듀어덴이 말하는 그들의 장점과 단점
  • 등록 2005-08-30 오후 9:10:16

    수정 2005-08-30 오후 9:10:16

[오마이뉴스 제공] 조 본프레레 감독이 사임한 뒤 1주일이 지났지만 한국축구의 사령탑이 누가 될지 언론의 하마평만 무성할 뿐 축구협회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금 논쟁은 크게 두가지 흐름으로 정리되고 있다. 한 편에서는 국제무대에서 검증을 거쳤으며 월드컵에서 팀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스타급 감독들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그런 유명 감독들은 한국에 와본 경험이 없으며, 월드컵이 이제 겨우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한국축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실전을 치를 수 있으며 내년에 독일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짐을 싸 유럽으로 돌아가지 않을 국내파 감독을 선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는 하마평이 믿을만 하다면 한국국가대표팀을 이끌 차기 감독은 아래 언급된 9명 중에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한 명씩 살펴보자.

▲바비 롭슨 화려한 경력이 장점 - 고령이 문제

찬: 무엇보다 화려한 경력이 장점. 바비 롭슨은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잉글랜드 팀의 감독을 지내면서 팀을 월드컵 4강 및 8강까지 이끈 바 있다. 또 극성스러운 영국 언론의 괴롭힘을 거뜬히 버텨내는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국언론의 비판 정도에는 눈 깜짝도 하지 않을 사람이다.

또 바르셀로나, PSV아인트호벤, 스포팅 리스본 등 세계 정상급의 클럽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1년 전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물러 난 뒤 아직까지 새 감독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 고령이 문제. 육체적으로 고된 축구 감독이라는 자리를 감당할 기력이 그에게 남아있을까? 그가 한국국가대표팀의 감독직을 맡게 된다면 한국과 영국, 유럽 각국을 오가면서 세계 곳곳의 새로운 선수들과 팀들을 만나야 한다. 이런 빡빡한 스케줄은 40대 젊은 감독에게도 힘겨운 일정.

▲루디 푈러 독일팀 결승까지 이끈 명장 - 인상적인 플레이 적어

찬: 올해 45세인 루디 푈러는 지난 2000년 수십년 이래 최악의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독일팀의 감독을 맡았다. 그해 3선의 이 독일 명장은 유로2000 경기에서 세경기 중 겨우 한 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1차전을 끝냈다. 독일 국가대표선수로 90차례 이상 경기를 치른 푈러는 축구지도자로서의 경험부족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감독직을 떠맡은 상황이었다.

선수들과 끈끈한 유대를 자랑했던 푈러는 이후 2002년 월드컵본선에 독일팀을 진출시켰고, 결국 한국팀을 제치고 결승에 진출해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반: 월드컵 결승 진출은 물론 대단한 성과지만 독일팀의 경기내용은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다. 브라질과의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정직한 경기내용을 보였고 운도 많이 따랐음을 부인할 수 없다. 푈러는 1990년 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을 이끌어 냈지만, 감독으로서 그의 수명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1차전의 부진한 성적으로 감독직을 사임한 2004년에 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안 포터필드 한국 상황 잘 알아 - 월드컵 경험 전무

찬: 부실했던 부산 아이파크를 맡아 지난 3년간 리그 최고의 팀으로 키워낸 지금 그는 성공을 만끽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포터필드 감독은 영국의 첼시, 에버딘 등을 포함해 다수의 국가대표팀을 지휘한 경험이 있으며 한국선수들과 한국축구 시스템, 현재의 상황 그리고 팬들의 기대치 등을 두루 이해하고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반: 오만, 짐바브웨, 잠비아, 트리니다드 토바고 팀을 잠깐씩 지휘한 경험을 제외하면 한국팀은 그가 지휘해 본 가장 중량감 있는 팀이 될 것이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올 해 59세의 포터필드는 월드컵의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차범근 한국축구의 전설 - 감독으로서 성적 신통치 않아

찬: 차붐은 한국축구의 전설이자 역대 한국의 축구 선수 중 최고의 선수였다. 올 해 52세인 차범근은 다른 모든 후보들과 달리 한국국가대표팀을 지휘해본 유일한 감독이다. 국가대표 감독직 경험 외에 한국내 사정에도 밝고 현재 수원 삼성블루윙즈팀을 맡고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

반: 국가대표팀을 이미 맡아 보았고 1998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팀에 5 대 0 패배를 당한 후 중도 하차한 바 있다. 한국축구협회와도 별로 관계가 좋지 않다는 후문. 넉넉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수원블루윙즈의 올 해 성적은 신통치가 않다.

▲핌 베어벡 한국을 잘 안다 - 감독과 코치는 다르다

찬: 지난 18개월간 히딩크 감독을 도와 PSV아인트호벤의 코치 직을 맡았다. 한국을 잘 알고 한국선수들 역시 잘 알며 인기 또한 높다.

반: 한 팀의 감독을 맡는 것과 코치 직 맡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 자리가 국가대표팀이라면 더 하다. 감독은 선수기용과 대전상대팀 선정을 담당하고 경기결과에 책임을 지며, 무엇보다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나서는 언론과 대거리 해야 한다.

▲베르티 포그츠 우승 경험 - 감독 은퇴 선언

찬: 포그츠는 또 한 명의 전임 독일감독 출신이다. 올해 58세인 포그츠는 1974년과 1996년 월드컵에서 끈질긴 수비작전으로 우승을 거둔 뒤 '테리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보러시아 뮨헨라트백 팀의 스타선수였던 그는 1990년에서 1998년까지 독일국가대표팀의 감독을 지냈으며 1996년 영국에서 열린 유로컵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반: 1998년 월드컵에서 8강 진입에 실패 한 후 감독 직을 물러났으며 이후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스코틀랜드는 그의 무덤이었다. 2002년 스코틀랜드의 감독을 다시 맡은 후 지역의 언론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으며 2004년 결국 사임하고 말았다. 사임 당시 그는 다시는 감독 직을 맡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믹 맥카시 좋은 성적 - 낮은 수락 가능성

찬: 잉글랜드 출신인 맥카시는 2002년 월드컵에서 아일랜드 팀을 맡아 16강전에서 비록 스페인에 패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반: 선수시절 거친 태클을 구사하는 수비수였던 맥카시는 시즌 초반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2진 그룹에서 시간을 보내던 선더랜드를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시키는 실력을 발휘했다. 영국에서 호시절을 보내고 있는 그가 한국 행을 결행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브루노 메츠 자유로운 사고 - 이미 한차례 거절

찬: 메츠 감독은 초라한 세네갈팀을 맡아 단 한 번도 월드컵에 진출한 바 없던 팀을 2002년 월드컵에서 8강까지 진출시키는 눈부신 성과를 발휘했다. 올해 46세인 그는 사고가 자유로우며 새로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 2004년 6월 본프레레 감독 부임 이전에 이 곱슬머리의 프랑스 출신 감독은 한국축구협회 측의 제의를 받은 바 있으나 제시한 연봉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감독 직을 거절한 바 있다.

▲케빈 키건 정열과 집념 - 전술적 마인드 부족

찬: 올해 54세인 키건 감독은 리버풀, 함부르그, 잉글랜드팀의 선수로서 화려한 성적을 보인 바 있으며, 유럽에서 올해의 축구인으로 뽑히기도 한 경력이 말해 주듯 선수들 역시 그의 정열과 집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반: 스스로 고백한 바 있듯이 전술적 마인드가 부족한 키건은 잉글랜드의 감독으로 재임했지만 그 자신이나 팬들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기간이었다.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의 축구 칼럼니스트인 존 듀어덴은 런던정경대학을 졸업 한 뒤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인 프리랜스 언론인이다. 아시아 축구가 전문분야로, 영국의 유명축구잡지인 '442'에서 아시아 축구를 맡고 있다. 또한 영국의 <가디언>지와 국내 일간지 및 기타 출판물과 웹사이트에 문화, 정치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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