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허위매물 잡는다고?…온라인카페 부동산매물 80% ‘규정위반’

법 개정으로 온라인 중개 시 12개 정보 기입 필수
신림원룸 검색해보니…네이버카페 매물 82.9% 위반
감시망 피해 블로그·카페에서 활동
“인력 한계…신고 없으면 감시 어려워”
  • 등록 2020-09-29 오전 11:01:30

    수정 2020-10-04 오후 10:57:44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지난달 17일 네이버 온라인 카페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전세매물’ 소개가 올라왔다. ‘신림역 도보 8분’, ‘신축급’, ‘전세 1억1000만원’, ‘관리비 8만원’ 등의 정보만 적힌 매물이었다.

이 매물은 명백한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다. 현행법상 소재지·면적·층수·방향·욕실개수·입주 가능일 등을 매물 소개 시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데, 이 같은 내용을 모두 누락했기 때문이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의 닉네임은 ‘B공인중개사무소’로 공인중개사가 올린 매물로 추정된다.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신림 원룸’ 매물 화면 갈무리
원룸·아파트 할 것 없이 ‘위반’…“주소 어딘지도 몰라”

온라인포털에 허위매물 감시가 강화되면서 ‘불법 부동산 매물’이 블로그·카페로 이동하고 있다. 필수적으로 기입해야 하는 매물 정보를 갖추지 않은 매물이 전체 중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 비해 관계 당국의 감시망이 느슨하다는 점을 공인중개사들이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 등이 보여주기 식으로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이데일리가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 게시된 부동산 매물을 분석한 결과,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건이 전체 중 82.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지난 8월 공인중개사법 개정으로 온라인상에 부동산 매물을 게시할 시 △소재지 △면적 △가격 △중개대상물종류 △방향 △욕실개수 △입주가능일 △주차대수 등 12개의 정보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이전까진 의무사항이 아니었으나, 이제부터 이를 어길 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공인중개사가 물게 된다.

하지만 법 시행이 한 달이 넘었는데도 부동산 매물시장에서는 정보 기입을 누락한 매물들이 판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블로그와 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네이버 카페에 ‘신림 원룸’을 검색한 결과 공인중개사가 올린 매물로 추정되는 193건의 게시글 중 160건(82.9%)이 필수 정보 표시를 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림은 서울 내에서 학생·직장인 등의 원룸 수요가 큰 지역으로 꼽힌다.

아파트 전세매물도 마찬가지다. 일산 아파트의 경우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전세매물 중 3분의 1이 규정 위반 매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8일까지 한 달간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일산 아파트 전세 매물 508건 중 185건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매물이었다. 일산 아파트는 3기 신도시 고양 창릉 지구의 영향으로 전세수요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특히나 중개 대상물의 주소지를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은 매물들이 다수였다. 주소를 표시할 시 해당 공인중개사사무소의 ‘단독 매물’이 다른 공인중개사무소에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인중개사는 “한 사무소만 중개하는 ‘단독매물’의 주소를 온라인에 공개할 경우 인근 중개사무소에서 집주인에게 연락해 뺏어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창 방향 정보, 관리비 기입 등을 빼놓은 매물이 많았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상시감시 사실상 불가능”…소비자 권리 해쳐

문제는 해당 매물들을 걸러낼 여과 장치가 촘촘하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 사이트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글을 게시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것일 뿐, 게시글을 수정하거나 제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공식적인 ‘온라인 중개 업체’는 필수 12개 정보를 반드시 기입 해야지만, 매물이 온라인에 노출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이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로 몰려드는 이유다.

그렇다고 감시를 제대로 할 수도 없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국토부로부터 위임받아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나 관련 부서 직원은 불과 15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상시 모니터링이 어렵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신고 접수된 매물에 대한 감시만 가능한 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인력의 한계 등으로 상시 모니터링이 어려운 게 맞다”며 “신고된 매물·지역·플랫폼 등을 바탕으로 감시하는 수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21일 해당 법이 개정된 이후 접수된 허위 매물 신고 건수는 1000건이 넘는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자체로 소비자들은 허위 매물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며 “관계당국의 관심 밖이었던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대한 감시와 신고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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