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근처 게임텔 가실 분’
‘영등포 게임텔 멤버 모집 비흡연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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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게임텔 취재를 위해 모바일 익명 채팅방에서 수차례 취재 요청을 시도, 8일 오전 어렵사리 한 20대 남성에게 동행 취재 허락을 받았다. 게임 마니아들이 게임텔 멤버를 찾는 곳은 주로 모바일 메신저로 ‘게임텔’, ‘PC텔’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모집 공고’를 찾을 수 있다. 동행자가 모이면 새 채팅방을 따로 생성해 규칙을 정하고,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식이다.
방에 들어서자 어두운 조명 아래 PC 2대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김씨는 “이 PC 앞에서 밤새 게임도 하고 침대에 누워 쉬면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이 게임을 위해 굳이 모텔까지 찾는 이유는 PC 사양 때문이다. ‘배틀 그라운드’, ‘오버워치’ 같은 인기 게임은 집에 있는 웬만한 PC로는 원활히 즐기기 힘들다. 몇몇 모텔은 PC방 수준의 고사양 PC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 게임 마니아들의 표적이 된 것이다.
게임텔 참가가 이번이 3번째라는 김씨는 “8월 중순 PC방 영업이 중지되고부터 줄곧 게임텔을 찾았다”고 밝혔다. 평소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푼다던 김씨는 “게임텔에서는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피곤하면 침대에 누워 한숨 잘 수도 있다”며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만 빼면 PC방보다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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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과 밀폐된 공간에서 몇 시간씩 머무는 특성상 각종 절도나 ‘먹튀’ 범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씨는 모텔 입장 전 신분증 검사에서 임시신분증을 내밀었는데 이유를 묻자 “얼마 전 익명 채팅방에서 만난 4명과 같이 게임텔을 하다가 지갑을 도난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서울 광진구에서 게임텔에 참여하려던 이모(30)씨는 “방장에게 모텔비를 이체했더니 채팅방을 나가고 연락이 두절됐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1만~2만원 때문에 신고하기도 좀 그래서 놔두고 있다”며 “이런 종류의 사기가 아마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추세를 간파한 일부 숙박업소는 고객 수요에 발 맞추기 위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성동구 도선동의 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홈페이지 예약이 대실 일주일 전부터 가능한데 고사양 PC와 게임 전용 의자가 있는 룸은 금방 예약이 차고 문의 전화도 많이 온다”며 “일반실 컴퓨터도 (사양을) 업그레이드 하고 게이밍 의자를 구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