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의원님, 월북 증거 어디있나요” 故이대준씨 아들의 울분

  • 등록 2022-06-20 오후 12:29:24

    수정 2022-06-20 오후 12:29:24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의원님께서는 하루아침에 남편과 아버지를 잔인하게 잃은 가족들의 처참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씨가 지난 1월 국가안보실·국방부·해양경찰청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을 위한 소장을 접수하기 전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해 피살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 이 모 군이 20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이같이 편지를 썼다. 이군은 편지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최근 아버지 이씨의 사망에 대한 ‘자진 월북’ 판단이 뒤집힌 것을 두고 우 위원장이 ‘신색깔론’이라고 말한 점을 꼬집었다.

유족 측이 공개한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에서 이군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준다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국민 편에 서서 일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아닐까 싶다”라며 “하지만 적국에 의해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한 가정의 아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이익에 따른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는 것에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월북 여부가 ‘왜 중요한가’라던 우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 하셨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군은 “월북이라는 두 글자로 저는 어머니와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고 우리 가정은 완전히 망가졌는데 지금 국민을 상대로 장난하시는 건가”라고 성토했다.

또 ‘사과를 받았으니 됐다’는 우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는 “누가 누구한테 사과했다는 것이냐”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 가족에게 사과했나? 그리고 제가 용서를 했나? 조선중앙통신에서 모든 책임이 남쪽에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북한을 굴복시킨 것인가? 우 의원님이 무슨 자격으로 사과를 받았으니 된 거 아니냐는 말을 내뱉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군은 “가족에게 공개되지 않는 군 특수정보가 아버지가 월북하셨다는 증거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월북자, 남겨진 가족은 월북자 가족이 되는 건데 이런 끔찍한 죄명을 주려면 확실하고 명확한 증거를 가족들이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당신들만 알고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증거라며 ‘너희 아버지는 월북이 맞으니 무조건 믿어라’ 이것인가. 이것은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해 피살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 이 모 군이 20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쓴 편지 (사진=유족 측 제공)
이군은 “법원 판사는 첩보 기능을 무력화시키려고 유족에게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린 것인가?”라며 “킨타나 유엔 인권보고관은 사건 관련 정보를 유족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킨타나 유엔 인권보고관이 대한민국 첩보 기능을 무력화시키려고 유족에게 정보를 주라고 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이군은 “킨타나 유엔 인권보고관과 법원 판사가 신색깔론자인가”라며 “법 위에 군림하려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낯뜨거운 민낯일 뿐이다.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직접 챙기겠다고 한 한나라 대통령의 약속은 그냥 가벼웠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먼저 월북이 확실하다는 듯 얘기한 쪽이 월북의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라며 “저는 오직 아버지 죽음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고 당연한 권리다. 공무원이 월북자로 둔갑하는 상황인데 명확한 증거는 확인되어야 하지 않겠나.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함부로 월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군은 “대한민국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를 안다면 보여주지 못하는 정황만으로 한 가족을 묻어버리는 이런 행동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그동안 숨기고 은폐했던 무궁화 10호 아버지 동료들의 진술을 문재인 정부에서 항소까지 하며 숨긴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렇게 떳떳하시면 법원 판사가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때 의원님은 왜 가만히 계셨느냐”라며 “월북의 증거니까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말라고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국회의원 2/3가 찬성하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여 아버지의 월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확신하시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아버지의 모든 정보를 지금이라도 공개하시면 된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군은 “저희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다. 당사자 육성 고백이 아닌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만행을 저지른 적대 국가의 살인자 말을 듣고 정황만으로 아버지를 월북자로 낙인찍은 것은 자국민의 편이 아닌 북한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임을 부디 인식하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 의원님의 소속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소속이 아님을 기억하시기 바란다”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아버지 죽음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듯하고 가족 못지않게 그날의 진실이 궁금하신 듯하니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 또다시 2차 가해가 진행된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적었다.

연평도 어업지도선에 남아있던 공무원증. (사진=유족 제공,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이었던 이씨가 지난 2020년 9월 21일 서해안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이다.

당시 해경과 국방부 등은 이씨가 사망 전 도박을 하고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점 등을 들면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1년 9개월 만에 대통령 국가안보실과 해경·국방부는 일제히 공개 입장을 내고 자진 월북으로 볼 근거가 없다며 앞선 판단을 뒤집었다. 특히 국가안보실은 이씨의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했다. 지난해 11월 유족 측은 이씨의 피살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승소했다.

이에 이씨의 유족 측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의결을 통한 대통령기록물 열람을 요구하고 있다. 이씨의 사망과 관련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내용이 대통령기록물에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오는 22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 전 실장은 미국으로 출국이 예정돼 있어서 바로 진행한다”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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