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선물하기, 속도는 ‘A’ 고객관리는 ‘F’

코로나19 확산 이유로 3월부터 전화상담 없애
오배송·환불신청 등 확인절차 복잡
챗봇은 상담내용 이해 못하고 상담톡도 계속 연결 끊겨
고객 서비스보다 기업 편의만 생각한 고객센터 운영
  • 등록 2020-12-24 오전 11:00:00

    수정 2020-12-27 오후 10:47:47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얼마 전 생일을 맞은 회사원 최씨. 재택근무로 회사에 출근하진 않았지만 카카오톡의 친절한 안내 덕에 회사 동료들은 최씨에게 생일 축하 인사와 카카오톡(카톡) 선물하기를 통해 케이크 등을 선물할 수 있었다. 카톡 친구의 생일을 알려주고 선물까지 바로 할 수 있는 편리함을 새삼 체감했다.

카톡 선물하기는 올해 비대면 열풍을 타고 거래액이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신장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성장률이 예상된다. 선물하기를 포함한 카카오커머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2961억원. 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이 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화상담 중단 안내문
이처럼 이용자는 급증했지만 고객 서비스는 엉망이다. 선물 고르기부터 결제, 전달까지는 빠르고 편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 이를 바로 잡기란 아주 불편하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전화 상담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지난 3월 콜센터에서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이슈가 됐고 그 이후로 콜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 편의를 위해 콜센터 방역을 철저히 하고 최소한의 인력으로라도 운영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 관계자는 “선물하기에서 전화상담의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고 상담원과의 상담톡이나 문의하기 이용, 고도화 된 챗봇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기분 좋은 선물이 오배송되면서 난감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사건의 발단은 케이크의 오배송이었다. 최씨의 회사 동료가 보낸 선물은 배송지를 입력하면 케이크를 배달해 주는 것이었다. 최씨는 카톡 선물하기의 안내에 따라 배송지를 입력했다. 그리고 배송일에 카톡을 통해 선물이 도착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집에는 아무것도 배송되지 않았다.

그날 저녁 8시 낯선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인데 배송이 잘못 온 것 같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이름이 비슷한 옆 동네 아파트의 같은 동·호수로 잘못 배송된 것.

보통 택배는 택배기사의 연락처를 문자나 카톡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오배송이나 배송현황을 문의할 수 있다. 하지만 카톡 선물하기 배송은 그런 정보 전달 과정 없이 ‘도착했다’는 안내만 된다.

최씨의 카카오톡 선물하기 챗봇 상담 캡처
최씨는 택배사에 연락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카톡 선물하기 고객센터에 문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전화번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전화 상담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찾았다. 상담원과 채팅으로 상담하거나 챗봇과 상담을 진행해야 했다. 오후 6시가 넘었기 때문에 일단 챗봇에 문의를 했다. 최씨는 오배송된 것이 맞느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물었지만 챗봇이 이런 사연을 이해하기는 무리였다. 비슷한 질문 유형을 찾으라는 메시지가 반복되더니 결국 “아직 아기 챗봇이다. 더 똑똑해질 수 있게 공부하겠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왔다. 유머를 넣은 답변 시스템이겠지만 답답한 최씨는 오히려 더 불쾌했다.

최씨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음식물인 것 같으니 상하기 전에 직접 가져가든지 택배사를 통해 수거를 요청하든지하라는 전화였다. 결국 최씨는 늦은 밤 남의 집 앞에 배송된 케이크를 직접 가져왔다.

최씨는 다음날 상담시간에 다시 상담을 시도했다. 우선 오배송 사실을 알려야 했고 경위도 확인하려 했다. 이번에는 상담원과 상담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챗봇과 다를 바 없었다.

상황을 알아보겠다는 상담원의 답변을 받고 기다리던 중 무응답 상태가 되자 자동으로 연결이 끊겨 챗봇이 또 나타났다.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하는 사이 갑자기 “선물이 회수·환불신청 됐다”는 톡이 왔다.

점입가경이었다. ‘회수·환불’ 메시지는 선물을 보낸 지인에게도 함께 발송된다. 5분쯤 지났을까. 선물을 보낸 지인은 조심스럽게 최씨에게 “케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느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어왔다. 선물을 보낸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하고, 최씨는 괜히 머쓱해진 상황이었다.

최씨는 이제 진짜 제대로 된 상담을 해야 했다. 물어보지도 않고 왜 환불 신청이 된 것이지. 케이크 회수는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만 상담연결→대기→무응답 연결 해지→챗봇, 이 과정을 또 두 번을 더 거치고서야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오배송이다. 착오로 환불 신청이 됐다. 회수는 하지 않겠다.” 무려 4명의 상담원과 그 사이사이 챗봇을 거친 결과물이다.

최씨는 “자초지종을 알고 확인하기 위해 상담을 하려던 건데 결과적으로 옆 동네에 가서 케이크도 직접 가져오고, 선물을 보낸 사람에게 오해를 살 뻔했다”며 “은행도 통신사도 다른 이커머스도 최소한의 전화 상담 인력을 운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스템이 그들보다 훨씬 좋은 것 같지도 않은데 콜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보다는 기업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카카오커머스는 아직 전화상담 재개 계획이 없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하고 있어 전화상담 재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챗봇과 실시간 상담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는데, 보완할 것이 없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최씨와 상담원의 상담톡 캡처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긴밀하게, 은밀하게
  • "으아악! 안돼! 내 신발..."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