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업계 경쟁 심화로 일부 업체는 성장이 정체되면서 VC들의 옥석 가리기 움직임이 감지된다. 각 틈새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거나 전략적 투자자(SI)가 인수할 만한 기술 보유 업체는 주목받아도, 애매한 위치와 수익 모델을 가진 기업은 시험대에 올라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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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롭테크를 향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나쁘지 않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과 인테리어·리모델링 전문 플랫폼 아파트멘터리는 이달 각각 2350억원, 10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에는 건축물 2차원(2D) 도면을 3차원(3D)으로 자동 변환해주는 기술업체 어반베이스가 130억원을 투자받았고,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도 그해 6월 각각 300억원, 650억원을 유치했다.
각 버티컬 플랫폼의 2~3위 업체 분위기도 좋지 않다. 인테리어와 부동산 중개에서 각각 2위 플랫폼인 집꾸미기, 다방이 그 예다. 직방 품에 안긴 아파트 실거래 시세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셰어하우스 우주, 상업용 부동산 슈가힐 등 피인수되는 업체도 있다. 이들은 아직 직방과의 시너지를 입증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프롭테크 기업이라고 하면 시장 점유율이나 수익 모델이 애매해도 1등 업체의 밸류를 따라가며 투자받았지만, 이제는 1위 위주로 시장이 좁혀져 2~3위는 살아남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출구전략 마련 필요…“이젠 성적표 나와야”
옥석을 가리는 단순한 기준은 틈새시장에서 ‘넘버원’이 되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느냐다. 사무실 중개업으로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1위에 올라선 알스퀘어가 주목받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고객의 실제 자산가치를 높여줄 수 있느냐를 관건으로 꼽는다. 실물자산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켜 현금 흐름이나 매매 수익을 늘려줄 수 있는 스타트업이 혁신은 물론 수익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보다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건설사들의 벤처투자가 한창인 만큼 SI가 탐낼 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주목하는 VC도 많다. 어반베이스처럼 건설사들의 작업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거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 가능한 산업안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시선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최근 뮤직카우의 증권성을 인정하면서 조각투자 플랫폼의 제도권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VC는 카사와 비브릭 등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VC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업계를 보면 쿠팡은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오아시스와 마켓컬리는 각각 코스닥 코스피 시장에 도전하면서 투자자들이 엑시트를 앞뒀다”며 “프롭테크의 경우 아직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프롭테크 업체들도 한두 곳씩 상장을 시도하면서 출구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누가 잘하고 못했는지 성적표가 나올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