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오상용기자]
남과 북의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대표단이 올해안으로 경의선을 연결하고 다음달부터 공사에 착수키로 30일 합의했습니다. 남과 북의 길이 열리고 사람과 물건이 오갈날이 눈 앞으로 다가선 것 같습니다. 협상과정을 취재했던 정책팀의 오상용기자가 전합니다.
북한사람 남한사람 구분이 없던 시절, 경성(서울)으로 유학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손흔들던 어머니와 새벽공기를 가르던 기적소리. 신의주역은 그렇게 M의 뇌리에서 50여년을 떠나 본적이 없었다
1945년 9월 남북철도운행이 중단되기 전까지 40년간 용산과 신의주를 오가던 경의선이 올해말이면 복원된다고 합니다. 당장 다음달 18일부터 공사에 착공할 예정이구요. 서울에서 열린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2차회의 마지막날 남북 대표단이 이같이 합의했다는 군요.
코끝이 아려오신 분 많았을 줄로 압니다. 본관이 해주 `오`씨라는 것 외엔 북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저로서도 가슴뭉클한 하루였습니다. `저러다 또 흐지부지 되겠지`라며 가던 길 재촉했을 분도 더러 있었겠죠.
남과 북이 그럴듯한 협상물을 내놓고서도 나몰라라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기에 기대에 앞서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협상물도 건설과 비료 등 경협수혜주의 주가만 띄운채 끝날수도 있겠습니다.
지난 27일 공동취재단으로 남북경추위 환영만찬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다소 어색한 표정들 속에서도 `합의에 그치지 말고 실천으로 이어가자`는 결의에 찬 말들이 오가더군요. `그래 제발 그렇게만 해라`라고 되뇌며 만찬장을 나섰습니다.
사실 요즘 한반도정세를 들여다 보면 남북관계에 있어 `당위성`은 가시고 점점 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희망적입니다. 당위성이 앞선 일은 구호에 그치기 쉽지만 필요해서 추진하는 일은 고비는 있을 수 있지만 쉽게 좌초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를 방문해 개방경제의 성과를 둘러보고 갔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능력에 맞게 일하고, 필요한만큼 나눠갖자`는 사회주의 경제에서 `일한만큼 보상받는다`로 변하고 있는 북한사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이같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고이즈미의 북한 방문에 거는 기대도 큽니다. 일본 수상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고이즈미 수상과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이 북일수교로 이어질 경우 냉전종식후 국제사회에 숨어있던 북한이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하게 되니까요.
북일수교가 타결된다면 북한이 요구해왔던 과거식민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배상도 일단락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으로선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는데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모든게 장미빛은 아니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번 경추위 합의결과를 정쟁거리로 비하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탈북주민 문제나 NLL 등을 걸고 넘어지면 골치 아파집니다. 경의선 연결을 위해선 남북이 군사실무회담을 열어 군사보장문제를 원만히 협상지어야 하는 데 북측 군부의 생각을 가늠하기 힘듭니다.
한가지 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북한주민들과 대화할 준비는 되어있는지요. 얼마전 가족을 데리고 배편으로 북을 넘어온 탈북가족에게 남쪽 생활 고참인 김만철씨가 했다는 충고가 걸작입니다.
"남쪽에는 거지떼는 별로 없는데 사기꾼이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