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SRE][번외]요우커 600만 시대 수혜기업은?

매출과 인지도, 두 마리 토끼 한번에
  • 등록 2014-11-10 오전 11:28:57

    수정 2014-11-10 오전 11:28:57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36만16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8% 늘었으며,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2.1%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라면 10월 중국인 관광객이 500만명을 넘어서고, 연말에는 6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단일 국가 관광객이 한 해 500만명을 돌파하는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명동, 강남 등 서울 시내 번화가는 물론 부산이나 제주도와 같은 국내 유명 관광지 어디를 가도 쉽게 중국인 관광객을 마주친 경험을 돌이켜 보면 이 숫자가 실감 날 것이다.

요우커 수만 급증한 것이 아니다. 국내 내수 산업에 대한 매출 기여도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요우커 한 명이 평균적으로 한국 여행 때 쓰는 돈은 2008년 130만원에서 지난해 약 236만원으로 8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인 관광객이 쓴 돈은 107만원에서 103만원으로 오히려 4.2% 감소했다.

요우커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쓴 돈은 총 7조7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올해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은 요우커의 지출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생산 유발 효과가 지난해 13조370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국내 기업들은 ‘큰손’ 요우커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도 요우커 수혜주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요우커는 이제 내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 인기 ‘화장품’ 요우커 몰리는 ‘면세점’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중국인 관광객 수혜를 크게 누리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면세점과 화장품 업체다. 두 업계는 서로 ‘상생’ 관계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이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사는 품목이 화장품이고, 화장품 회사는 면세점 매출 덕분에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 엔저와 경기 불황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국내 내수 유통업체들이 매출 감소라는 악몽을 겪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는 엔저 영향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했는데도 요우커가 그 빈자리를 채워준 덕분에 가능했다.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 등은 올해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어갔다. 롯데면세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84.1% 늘어난 1조7778억원을, 신라면세점은 25.8% 증가한 62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제주도 국제공항에 새롭게 문을 연 갤러리아면세점도 중국인 관광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인 고객 증가에 따라 올해 매출 목표를 500억원으로 잡았으며, 예상보다 빨리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큰 수혜 기업은 단연 아모레퍼시픽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 10년간 1위를 지켰던 방문판매 대신 면세점이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매출 1위 채널로 떠올랐다. 오는 2018년에는 국내 매출의 절반이 면세점 매출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를 반영해 올해 초 100만7000원이었던 주가는 265만4000원으로 2.5배 넘게 뛰었다.

LG생활건강도 다소 더디기는 하지만 요우커들에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올해 9월에는 한방 브랜드 ‘후’가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면세점 인기 브랜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명품도 중국인 취향 따라

국내 소비자들의 인기가 다소 주춤하던 패션 브랜드 중 요우커 특수에 힘입어 다시 부상하는 브랜드도 있다. 일부 브랜드는 국내 매출 중 중국인 비중이 더 높을 정도다.

대표적인 중국인 선호 패션 브랜드는 패션잡화 브랜드인 MCM이다. 요우커들이 많이 찾는 롯데백화점 본점 MCM 매장은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의 ‘싹쓸이’ 쇼핑에 하루 쇼핑 한도를 뒀을 정도다. 패션 브랜드 중에서는 오브제, 오즈세컨, 지고트, 스타일난다(온라인몰 브랜드) 등이 인기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상반기 중국 은련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MCM, 모조에스핀, 지고트 등 4개 매장은 중국인 매출 비중이 50%를 넘었다.

콧대 높은 명품도 ‘큰손’ 앞에서는 허리를 낮췄다. 일부 명품 브랜드는 중국인들 취향에 맞는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 명품 매장 관계자는 “점점 지갑을 닫는 국내 소비자들과 달리 중국인 관광객은 마음에 들면 가격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현금 결제를 선호하고 불만 표출은 별로 없기 때문에 매장 입장에선 중국인을 더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기저귀, 분유 등의 아기용품과 전기밥솥, 냄비와 같은 생활용품, 고가의 혼수용품에 이르기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제품)에 대한 요우커의 사랑은 그 폭도 더 넓어지고 있다.

백화점·마트도 반짝 특수

중국인들의 통 큰 씀씀이는 유통업체에도 ‘가뭄에 단비’ 격이다. 경기 불황에 소비심리까지 침체되면서 성장은커녕 뒷걸음질치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돈 잘 쓰는 신규 고객층이 가만히 있어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경절(10월 1일~7일) 기간만 해도 백화점 각사의 중국인 매출은 최대 2배가량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은련카드 기준 중국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68.2% 늘었고 현대백화점은 101.5%, 신세계백화점은 67.4% 각각 늘었다.

또 국내 백화점의 중국인 고객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전체 매출 중 중국인 고객의 매출은 2011년까지만 해도 50%였지만, 2012년에는 62%, 2013년 1~10월 기준으로는 80%까지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올해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6.5%에 달한다.

대형마트는 백화점만큼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알뜰 쇼핑’을 지향하는 중국인 고객 덕에 일부 점포는 요우커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백화점보다 마트에서 사면 더 저렴하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있다”며 “김, 과자, 반찬 종류를 대량으로 구매해 주변에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요우커 특수 단기 아니다… 대비 ‘필요’

업계 안팎에서는 요우커 특수가 단기에 그칠 이슈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장기 호황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1인당 소득수준이 1만 달러 수준에 근접했고 도시 중산층 기반이 확대돼 해외여행 수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드라마와 가요 등을 앞세운 한류가 중국에서 워낙 인기를 얻고 있는 데다 일본에 비해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당분간 요우커 특수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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