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만학도' 175명 배출, 야학의 시초격 '평생학교'는 어디

  • 등록 2017-11-23 오전 10:28:39

    수정 2017-11-23 오전 10:28:39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두고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수험생 합격기원식에서 만학도들이 유의사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e뉴스 조유송 인턴기자]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자를 배출한 학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학교에서 이번 수능에 도전하는 ‘만학도’들은 175명이다. 최근 10년간 졸업생 대부분은 대입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이 학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 인정 평생학교’로 잘 알려졌다.
[사진=YTN 뉴스 캡처]
학교는 구한말 지식인 이준 열사의 고향 함경북도 북청 출신 실향민들이 1952년 설립한 야학이 시초다. 이후 일성고등공민학교를 거쳐 지난 2000년 공인 학력인정 기관의 형태를 갖췄다. 이후 학업 기회를 놓친 성인 여성을 주된 교육 대상으로 삼아 오늘에 이르렀다.

정선숙 일성여중고 지도부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인 여유가 생기고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도 발전했지만 국민학교 밖에 못 나온 여성들은 발전한 사회 속에서 더욱 소외감을 느끼고 학력이 들통 날까 움츠러들었다”며 “이들이 공부를 하며 어깨를 펴고 자신감을 갖는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사진=채널A 뉴스 캡처]
이번 수능 응시자 중 최고령인 이명순(86) 할머니는 “일본 강점기에 태어나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고 6·25를 겪으며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늦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것이고 다시는 후회하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3월 일성여중고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은 “삶의 굽이굽이 고달팠던 때마다 ‘무식’은 얼마나 많은 원망과 질책을 받았느냐”며 다시 공부할 수 있게 된 행복을 말했다.

일성여중고는 현재 중학교 과정 15개반, 고등학교 과정 11개반에서 총 1000여명의 학생들이 배움의 열정을 쏟고 있다. 누적 졸업생은 5만4000여명에 달한다.
일성여중고 학생들이 수능을 앞둔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EBS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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