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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한 공공기관에 다니던 남성 A씨는 2019년 10월 부하 여성 직원 B씨와 회사 차량을 몰고 출장을 가다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의 가슴 등 신체를 수차례에 걸쳐 만지는 방법으로 성추행했다. 잠을 자다 더러운 손길을 느낀 피해자는 잠을 깼으나 충격을 받아 곧장 항의하지 못했다.
피해자는 잠에서 깬 후 지인에게 관련 피해사실을 메시지를 통해 알렸고, 차량이 정차한 상황에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녹음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후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후 피해자는 다시 차량에 탑승한 후 “왜 제 몸을 만지셨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A씨는 “관심이 가서 그랬다.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과할게”라고 성추행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 과정 역시 모두 녹음이 됐다.
법정서까지 이어진 2차 가해…변호인도 동참
피해자는 이후 A씨를 차량에서 내리게 한 후, 회사차량을 이끌고 회사로 돌아갔다. 그는 이후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후, 관련 증거를 제출했다.
공단 직원의 절반 가까운 120여명이 이 같은 피해자 2차 가해에 동참했다. 특히 이 같은 2차 가해엔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고 처리하는 고충상담원들까지 가담했다. 피해자의 직속 상사도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끝까지 갈 거냐” 등으로 피해자를 압박했다.
A씨의 이 같은 2차 가해로 B씨는 졸지에 회사 내에서 “꽃뱀 아니냐” 등의 악의적 소문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아야 했다. A씨는 법정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했다. A씨 변호인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차량이 과속방지턱을 넘는 과정에서 착각한 것 아니냐”거나 신체 접촉 과정 등 구체적 피해사실을 증언하도록 했다.
法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정황 매우 불량”
하지만 A씨의 이 같은 2차 가해는 결국 스스로에게도 독이 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1년, 사회봉사 2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다. 또 아동·청손녀 관련기관 3년 취업제한도 내렸다.
피해자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이후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민사20단독(오현석 부장판사)은 “A씨의 여러 불법 행위들로 B씨가 중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A씨가 B씨에게 3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애초 사과했던 A씨가 이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자에 대한 거짓 소문이 유포되게 했다. 결국 피해자는 2년 넘는 중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면서도 “해임 후 A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감경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별도로 조사에 착수해 직장 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지 못했다면서 기관경고와 함께 전 직원을 상대로 한 인권교육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결국 담당 부처는 이 공공기관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