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벌어진 ‘악몽’을 떠올린 나탈리야(33·가명)가 숨죽인 목소리로 러시아 군인들의 만행을 폭로하며 한 말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나탈리야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비극을 꺼내야만 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야만적인 행위를 알려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부 테르노필로 도망친 나탈리아는 본래 남편과 키이우 동쪽 외곽 브로바리에 있는 작은 마을의 소나무 숲 옆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8일 러시아군이 브로바리에 진입했다는 소식에 부부는 민간인 표식으로 문 앞에 하얀 시트를 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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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령관이었던 미하일 로마노프는 나탈리야에게 “전쟁만 아니었으면 당신과 연애를 했을 것”이라고 추파를 던졌고, 그는 나탈리야의 남편 차에서 위장 재킷을 발견하자 공격적으로 변했다. 로마노프 사령관은 나탈리야의 차를 빼앗아 나무로 돌진시켜 박살 내 버리고 집을 떠났다.
소동이 지나간 줄 알았지만, 해가 지자 밖은 또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탈리야의 남편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 곧바로 총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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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야는 “남편은 어디에 있느냐”고 울부짖던 중 창문 밖으로 문 옆에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20대 남성은 나탈리야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당신의 남편은 나치이기 때문에 내가 총으로 쐈다”고 말했다. 나탈리야는 곧바로 아들에게 보일러실로 숨으라고 외쳤다.
이어 남성은 나탈리야에게 “입을 다물지 않으면 당신의 아들을 데려와서 엄마의 뇌가 집안 곳곳에 펼쳐진 것을 보여주겠다”고 협박했고, 나탈리야는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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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노필에서 만난 남편의 누이는 나탈리야를 경찰서로 데려갔고, 그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자신을 성폭행한 로마노프의 사령관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군인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다.
나탈리야는 러시아군이 여전히 마을을 점령하고 있어 남편의 시신을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 모든 것들을 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우리를 위해 지은 이 집만큼은 도저히 팔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리나 베네디코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지난주 나탈리야의 남편을 살해하고, 나탈리야를 성폭행한 러시아 군인들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