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의 팔색조…소형에서 초대형까지

[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지상 1층에 있는 상가는 환금성이 높고 시세 반영도 쉬워 다른 층 상가에 비해 ‘몸값’이 비싼 편이다. 반면 지하상가는 업종이 제한적이고 접근도 쉽지 않아 투자자들에게서 외면받기 일쑤다. 하지만 일부 지하상가는 지상 층이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하상가는 작은 근린상가부터 대규모 오피스빌딩의 지하아케이드 형태로 개발된 중대형 규모의 상가, 지하철 역사에서 유동인구를 흡수하는 초대형 상가까지 다양하다.

근린상가 유형의 지하 상가들은 저렴한 임대료에 비해서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기업형 슈퍼마켓(SSM)·골프연습장·헬스클럽 등과 같은 업종이 인기가 많다.

오피스 아케이드 형태의 중대형 지하 상가는 서울 여의도나 강남역 일대처럼 초대형 오피스빌딩의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코엑스몰 지하 상가나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상가처럼 새로 단장해 재입점을 받거나 오피스텔이 대거 퇴거하면 손실을 입을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지하도 상가 중 일부는 대규모 상권과 맞물려 웬만한 지상 상가보다 임대료가 비싸다. 서울시설공단은 을지로·시청광장·명동·회현·영등포역·강남역 등 29곳에서 총 2738개의 점포를 관리하고 있다.

강남역 지하상가 14㎡짜리 A급 입지 점포의 경우 권리금만 2억~3억원, 월세는 1000만원이 넘는다. 규모가 좀 더 큰 20㎡짜리 상가의 월세는 2000만원 이상이다. 소규모 점포 3~4칸을 합쳐 지상층 일반규모보다 큰 매장의 경우 권리금만 10억원이 훌쩍 넘는 곳도 있다.

이런 지하상가에서도 ‘불법 전대’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설공단 직영체제로 넘어간 강남터미널 지하상가는 전체 632개 점포 중 597곳이 공단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지만 35곳은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설공단은 한 지하상가를 월 임대료 178만원에 계약했는데 이를 권리금 1억3000만원, 보증금 6000만원, 임대료 300만원을 받고 다른 업자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나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지하도 상가뿐 아니라 철도, 지하철 같은 교통시설 관련 점포들이 입찰에서 기업형 입찰로 운영권을 확보한 뒤 위탁점주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임차인들은 자신의 임차권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계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