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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 있던 중년 부부가 선유도에 지하철 역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 하는 눈치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에 내리니 나들이 온 가족·연인들이 보인다. 선유도역 2·3번 출구에서 선유도 공원으로 이어지는 약 500m의 2차선 도로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 상권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선유도역은 2009년 7월 4일 개통됐다. 지하철 개통은 나들이 명소인 선유도 공원으로 통하는 직접적인 경로를 제공했다. 여기에 각종 매체에 노출되면서 선유도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나혼자 사는 가구의 마을에 가다
거리에 있는 커피숍에서는 혼자 책을 보거나 컴퓨터 하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띈다. 인근 S공인중개사 대표는 “여의도와 가까워 그 지역에서 일하는 1인 가구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내 투자 회사에 재직 중인 이모(29)씨는 “회사와 가까워서 이 곳에 방을 구했다”며 “인근 여의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곳에 꽤 있다”고 설명했다.
선유도 공원 방면으로 이어지는 2차선 뒤쪽으로는 원룸 건물들이 밀집돼 있다. 대부분 5~7층 원룸 건물들로 5층을 기준으로 엘리베이터의 유무가 나뉜다. 선유도역의 시세는 시설·위치·전용면적에 따라 편차가 심한 당산역과 비교하면 간단하다. 전용면적 16.5㎡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보증금 2000만원, 월세 35만원), 전용 23.1㎡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보증금 2000만원, 월세 40만원), 전세는 전용 29.7㎡가 9000만~1억원(전세자금대출 가능)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처음 방문한 곳은 전용 16.5㎡짜리 원룸이었다. 완공된 지 2~3년이 채 안돼 새 건물 느낌이 남아 있다. 방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의 꼭대기에 위치했다. 공인중개사는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니 얼마나 좋냐고 했다.
문을 여니 하늘색과 회색 빛이 적당히 섞인 빈방이 눈에 들어왔다. 5평 남짓의 직사각형 원룸. 방이 한눈에 들어와 굳이 둘러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에 얼굴을 갖다대니 벽에 엉덩이가 부딪혔다. 세수하는 시늉을 하고 있으니 공인중개사는 서둘러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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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다른 원룸 앞에 다달았다. 총 7층짜리 전용면적 23.1㎡의 방이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4층에 도착해 문을 여니 2평이 얼마나 넓은지를 새삼 느꼈다. 화장실도 넓어지고 정사각형의 방 구조도 가구를 배치하기에 좋아 보인다. 한달에 5만원을 더 내고 2평을 더 살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창문을 열자 옆 건물을 이루는 붉은 벽돌이 40㎝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공인중개사를 쳐다보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라며 농을 쳤다. 창문 열고 닫기를 반복하자 공인중개사는 괜찮은 전셋집이 하나 남았다며 발길을 서둘렀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선유도역은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수요도 많아 급하게 방을 정리해도 금방 다른 세입자가 들어온다고 했다. 그는 마음을 정하면 주인과 이야기해 5만원을 깎아주겠다고 했다. 이후 방문한 다른 부동산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5만원의 에누리는 이곳의 기본적인 정서였다.
원룸 수요가 꾸준하고 방의 구조와 가격대까지 비슷한 점은 같은 기간 원룸이 지어진 이 지역만의 특징이었다. 최근 늘어난 커피숍과 식당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좋은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조용했던 선유도 일대는 지하철 개통 5년만에 여의도와 인근 직장인이 거주하는 1인 가구 지역으로 발돋움한듯 보였다. 더불어 주말에는 가족과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 역할도 하고 있다. 무서운줄 모르고 오르는 월세 시장에서 ‘5만원 깍아줄게’라는 말이 괜시리 정답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