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날씨의 수은주가 연일 30도를 오르내린다. 그늘 아래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복중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땀이 흐르게 놀아보는 것도 여름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여름 풍경은 저녁 9시 뉴스마다 부산의 해운대 해변을 언급하며 하루 수 만 명이 찾았다는 말로 시작한다. 해변의 모래알만큼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물 반, 사람 반으로 해변을 채우며 여름 한 때를 보낸다. 하지만 여름휴가 여행이라면 복잡함보다 휴양지의 여유로움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조용한 해변 썬베드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얼음이 든 음료수 한 잔과 더불어 책 한권을 읽고, 가끔은 바닷가에서 서핑 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상과 다른 시간을 보낸다.
휴양지의 양면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거제도가 좋겠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섬으로 부산의 가덕도와 이어주는 거가대교가 생긴 후 부산에서 1시간 이내 생활권이 된 육지섬이 되었다. 그렇지만 거제도는 여전히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섬이다. 섬 여행은 왠지 여유로움이 따라오는 듯하다. 더 가야할 것만 같고, 그곳에서 보내는 휴가는 좀 더 특별할 것만 같은 기분.
해금강, 바람의 언덕 신선대, 외도 보타니아,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 등은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제도의 대표적인 여행지이지만 식상하다. 최근에 거제도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여행지는 매미성이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자신의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바닷가에 쌓아올린 벽이다. 마치 유럽의 중세시대 섬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기를 반복하며 그 넓이를 넓히는 중이다. 설계도 한 장 없이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이곳을 지었다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이제는 이곳 근처의 버려진 폐가에 커피집이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한여름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여름 해양 수상레저로 서핑이 인기를 끈 지 오래이다. 서핑이라면 강원도의 해변을 생각나게 하지만 거제도에서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흥남해수욕장이다. 섬의 지형적인 영향 덕분에 외해와 접해 있어 적당한 파도와 질 좋은 모래가 깔린 천연 해변은 예전부터 아는 사람만 다니던 숨겨진 해변이었다. 최근 2~3년 전부터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한 서핑샵은 이곳이 남쪽의 서핑 명소로 알려지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서핑보드 대여도 가능하고, 초보라면 강습도 받을 수 있어 이곳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흥남해수욕장 아래 외포리의 조용하고 아담한 포구마을에 위치한 거산리조트는 다양한 단체객실이 준비된 거제도 단체펜션이다. 외포리는 14대 대통령이었던 김영삼 대통령의 생가 마을로 알려진 곳으로 대통령의 고향인 것을 착안해 청와대, 청남대, 영빈관이라는 명칭이 붙은 룸 이름이 독특하다. 전객실 오션뷰로 콘도형, 원룸형으로 된 객실에는 히노끼라 불리는 편백나무 개별수영장과 개별테라스가 준비되어 있다. 커플, 가족, 단체가 머물 수 있는 편의 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펜션 앞 대계해수욕장은 작은 몽돌 해변으로 아담하며 물빛이 깨끗하며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곳으로 거제도의 숨은 낚시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