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증세보다 지하경제 과세 강화가 먼저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경제 규모는 314조3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하경제 국제 비교연구의 권위자인 프레드릭 슈나이더 교수(오스트리아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가 분석한 우리나라 지하경제 비중(2010년 국내총생산의 24.7%)을 바탕으로 한 결과다.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자영업자다. 자영업자 지하경제 규모는 전체 지하경제의 절반 가량인 13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탈세규모는 38조2000억원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이뤄진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 결과 음식점, 골프연습장 등 현금수입업종의 자영업자 소득탈루율은 57%에 달했다. 100만원을 벌면 57만원은 신고를 하지 않는 셈이다. 특히 5만원권 발행으로 현금 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하경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들은 지하경제 양성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둔화된데다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늘지 않으면서 과세당국이 파악하기 어려운 현금거래가 늘어난다는 것.
또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당초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에서 국세청이 요청할 경우 정보공개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세수 확보 여력이 향후 5년간 22조5000억원에서 11조6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지하경제에서 자영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강제하는 방식보다 소득을 누락하던 이가 소득세를 신고하면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식의 인센티브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