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자금조달 문제로 장기간 표류해온 대규모 공모형 PF(Project Financing) 사업들이 건설사 지급보증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 다양한 경로로 돈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발주처가 땅값으로 받은 돈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조달에 앞장서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산 매수자가 자기신용으로 공사비를 대는 사례도 등장했다. 자산 선(先) 매각후 중도금을 받는 계약방식도 눈에 띈다.
◇ 알파돔시티·에콘힐, 건설사 보증없이 사업비 구해 | ▲ 판교 알파돔시티 조감도. 매수자금융 방식으로 1조1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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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 4조9000억원 규모의 판교 알파돔시티 개발사업은 건설사 보증에 의존한 자금조달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건물 매수자 신용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는 `매수자 금융`으로 자금 확보에 나선다.
12일 사업 시행사인 ㈜알파돔시티는 이사회에서 이같은 자금조달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 변경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알파돔시티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출자자들의 지급보증 여건 악화로 사업에 진척이 없었다"면서 "일부 사업비를 매수자를 통해 조달하고, 지급보증 거부 건설사들은 공사비 삭감 등 고통분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수자 금융에는 알파돔시티 대주주인 행정공제회와 학교법인 단호학원 등이 참여할 계획으로, 총 자금조달 규모는 1조1000억원 수준이다.
| ▲ 경기도시공사가 2800억 규모 신용보강에 참여한 광교 에콘힐사업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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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총 사업비 2조1000억원 규모 에콘힐사업은 발주처인 경기도시공사가 리스크를 대부분 떠안는 방식으로 최근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해말 산업은행과 체결한 대출약정 금액 4400억원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2800억원과 관련해, 유사시 토지매매 중도금으로 받은 돈으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11개 건설회사들은 나머지 160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만 제공키로 했다.
사업시행사인 에콘힐㈜ 등에 따르면 참여 건설회사들은 이번 지급보증을 결정하기까지 수십차례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으며 경기도시공사의 대규모 신용보강이 합의 도출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 용산역세권, 호텔 선매각후 `중도금` 받기로
총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 역세권은 최근 전략적투자자(SI) 중 하나인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부터 2318억원을 받고 사업부지 내 들어서게 될 6성급 호텔시설
(사진)을 매각키로 했다.
| ▲ 미래에셋맵스가 중도급 납입 방식으로 2318억원 투자를 확정한 용산 랜드마크호텔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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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산 선(先) 매각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계약시 중도금을 받는 조건을 넣었다는 점이다.
사업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에 따르면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계약시 10%, 착공시 10%, 공정률 50% 시점에서 30%의 매입대금을 지불키로 했다. 나머지 50%는 소유권 이전시 지불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시 10%를 내고 소유권 이전시 90%를 내는 방식과 달리 사업비용 조달에 유리한 방식으로 계약한 셈이다.
한편 PF시장 참여자들은 공모형 PF 사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 확보에 성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동산경기의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 대형 건설회사 PF사업 담당자는 "공모형 PF 사업도 지역·자금조달 구조 등에 따라 일부 원활히 진행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래에셋맵스가 용산역세권 호텔에 투자한 것은 주거용 부동산경기와 달리 호텔과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회복세로 진입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