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최 씨는 가로챈 나랏돈 가운데 15억원을 국내외 각종 주화를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2톤 무게의 이 동전들을 최 씨는 자동차 공구함 40여개에 나눠 자신의 아파트와 용인의 별장에 분산 보관해 왔다.
개당 100만원에 이르는 금화를 포함해 1600년대 제작된 것까지 다양했다.
최 씨는 이 화폐들을 미국의 감정기관에 보내 보증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최 씨가 동전 하나 하나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며 최 씨의 놀라운 기억력에 혀를 내둘렀다.
최 씨는 또 2억 5천만원을 주고는 용인에 방 6개가 딸린 전원주택을 구입해 별장으로 이용했다.
별장 지하에는 미니바와 당구대를 설치했으며 방 2개에는 1000만원 어치의 만화책을, 또 다른 방 1개에는 400만원 상당의 비디오테이프를 진열해 뒀다.
최 씨가 국고 횡령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가족들은 17평짜리 빌라에 어른 6명이 살림살이를 함께한 빈곤층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 씨 덕에 가족들은 이후 각자 자동차를 구입한 것은 물론 4차례나 해외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등 호사스런 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 씨가 옛 철도공사에 근무하던 4년간 29억원의 국고를 횡령할 수 있었던 데는 검증되지 않은 회계시스템이 큰 몫을 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최 씨가 속해있던 부서는 관급공사 비용으로 연간 수백억원을 지출하면서도 철저한 결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따라서 서류가 분실되거나 급기야 파기되었더라도 특별한 책임소재가 뒤따르지 않는 구조였다.
최 씨 역시 수차례에 걸쳐 허위 문서로 공사비용을 받아 가로챈 뒤 관련 문서를 고의로 파기해 증거를 인멸했다.
이와 함께 최 씨가 속해있던 부서는 하루짜리 국내 출장비용으로 수 백 만원을 지출하는 등 연간 출장비만 10억원을 책정할 정도로 예산 수립과 결산이 엉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이날 최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공범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당시 회사상급자 등 20여명의 계좌 추적에 나섰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 31일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모니터링을 하다 옛 철도청의 수원-천안간 복복선 전철화 사업과 관련해 지장물 이설공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단서를 포착, 최씨의 비위 사실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