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포토레지스트 수출 첫 허용…셈법 복잡해진 文정부

정부, 잇따라 회의열고 日 반격카드 검토
日화이트리스트 배제 명분·실효성 재논의
포토레지스트에 첫 수출허가 변수로 떠올라
"日 배제시 WTO서 일본 방어논리만 강화" 지적도
  • 등록 2019-08-08 오전 9:56:56

    수정 2019-08-08 오전 10:19:47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당초 8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백색국가: 수출우방국)에서 배제하는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핵심소재 3개 중 1개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허가를 내 주면서 우리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명분과 실효성 등에 다시 검토하자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8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잇따라 연다.

정부는 당초 이날 회의를 통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한국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 여부 등을 고려해 전략물자의 수출입통제 허가지역을 ‘가’지역과 ‘나’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다’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별도로 분류하는 개정안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배제한 것에 대한 일종의 맞대응 카드로 핵심은 수출허가에 걸리는 기간을 15일에서 최장 90일로 연장하는 게 골자다.

복수의 정부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이같은 안을 이 총리에게 사전 보고를 했지만, 이 총리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한 실효성 및 논리 등에 대해 좀 더 보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이날 관계장관회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등을 통해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토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드 폴리이미드 중 일부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는 일본언론 보도가 나온 것도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정부는 지난달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대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현재까지 단 한건도 수출 허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대(對) 한국 수출 규제 공세를 낮춘 것인지, 한국의 역공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인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한 이 총리의 모두발언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공격은 세계지도국가답지 않은 부당한 처사이며, 자유무역의 최대수혜국으로서 자기모순이다”고 지적하면서도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하나인 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는 내용을 의미있게 밝혔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부가 오늘 회의에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맞제외하는 조치는 논의에만 그쳐야 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단지 맞대응으로만 일본을 제외하면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세게무역기구(WTO) 제소의 승소 확률은 10 퍼센트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똑같은 조치를 내릴 경우)‘안전보장 무역관리‘는 일본의 재량사항이라는 방어논리만 오히려 강화시켜 줄 것”이라면서 “WTO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지켜야 할 매우 귀중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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