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IT산업, 낙관론 불씨마저 사라지나

  • 등록 2002-10-16 오후 2:55:19

    수정 2002-10-16 오후 2:55:19

[edaily 김윤경기자] 한 때 신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던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나마 자리를 지켜온 낙관론들도 책임을 의식한 것인지 자취를 감추고 있는 형국이다.

컴퓨터 및 인터넷 산업의 엘리트들이 모여 업계에 대해 논하는 자리인(대체로 IT산업의 번영에 대해 논하던) 올해의 어젠다 컨퍼런스(Agenda conference)가 지난 14일과 15일 열렸지만 참석자 수도 적었을 뿐더러 분위기도 침울한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IT 산업의 전망에 거의 종교에 가까울 정도의 믿음을 가져왔던 사람들도 IT 산업이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으며 이미 성숙된 산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IT 기업 경영진들은 심지어 두자리수 성장의 호시절은 일시적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사라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앤 리버모어 휴렛팩커드(HP) 부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기술산업이 이미 성숙됐다고 인정하기를 꺼린다"면서 "그러나 이미 IT산업은 성숙됐으며 저성장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IT 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라 무어의 법칙에 의한 고성장이 재무적인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창업자인 무어가 "메모리 반도체칩의 연산능력과 집적도는 18개월마다 두배로 높아진다"고 주창한 것을 말한다.

한 예로 90년대 통신업체들은 과도한 부채부담을 안고 인프라 구축에 나섰지만 컴퓨터 기반 장비의 감가상각과 쇠퇴의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롭 글래서 리얼네트웍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산업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위험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의 대표들도 기술산업의 침체가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텔의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패트릭 겔싱어는 "아마도 미국 기술산업의 몸집줄이기는 계속될 것이며 우리는 세계에서 기술 분야 2류 국가 국민으로 전락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지난해만 해도 실리콘밸리는 "기술산업 침체는 곧 V자 곡선을 그리며 회복될 것"이라고들 전망했지만 이번 컨퍼런스에서 이런 낙관론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의 CEO 에릭 쉬미트는 "우리는 연간단위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 몇 개월에 대한 것을 예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장한 것이 그나마 부정적이지 않은 입장이다.

글로벌비지니스네트워크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피터 슈와르츠 또한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정말로 기술산업 정체(grid lock)에 직면해 있다"면서 "브로드밴드와 디지털 TV, 디지털 컨텐츠의 배분과 같은 측면에서 우리의 위치를 견고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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