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교정시설 내 무분별한 조사수용 절차 개선해야"

교도소 성추행 신고하자 가·피해자 모두 조사수용
"장시간 분리수용 조사로 신체의 자유 침해" 진정
인권위 "일률적 조사수용은 편의주의적 법률 적용"
법무부 장관에 제도개선·재발방지 대책 마련 권고
  • 등록 2023-06-30 오후 2:04:35

    수정 2023-06-30 오후 2:04:35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교정시설 내 피해 신고와 관련해 무분별한 조사수용으로 수용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권위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A교도소에 미결수로 수감 중이던 B씨는 지난해 3월 사동 내 폭행·성희롱 피해 사실을 신고하자 교도소 측이 자신을 근거 없이 장기간 조사수용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수용이란 형집행법에 따른 규율위반 등 행위를 한 수용자를 대상으로 징벌 부과 이전에 별도의 장소에 분리수용해 조사하는 절차다.

A교도소장은 해당 사실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로의 주장이 상반돼 형집행법에 규정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양 당사자를 모두 조사하고 분리수용을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진정인이 가해자의 지속적인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고, 같은 거실에 있는 참고인 수용자 2명도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는 등 가해자만 오직 상반된 진술을 한 점을 고려할 때 분리수용이 불가피했다는 A교도소장의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진정인까지 일률적으로 조사수용한 것은 지나친 편의주의적인 법률 적용이라고 판단했다. 조사수용 기간 중 행위 제한의 필요성에 대해 면밀한 검토 없이 관행적으로 실외운동과 교육훈련 참가 제한은 진정인의 신체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도 판단했다.

아울러 현행 교정시설 내 조사수용 제도가 공정한 조사 절차를 넘어 마치 징벌처럼 사용되고 있고, 가해자가 부인하면 피해자도 조사수용 되는 관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제때 신고하지 못해 피해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A교도소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교정시설의 조사수용 시 무조건 분리수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인 지침에 반영하고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또 분리수용 기간은 증거인멸 방지 등 목적의 필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기간으로 산정되도록 하고, 실외운동 제한과 영상계호 및 행위제한 부과가 가능한 유형을 구체적으로 지침화해 제한이 필요 최소한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는 A교도소장에게도 피해 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수용 및 처우 제한을 당하는 등의 인권을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에 주의를 기울이고, 피해신고 처리 관행을 개선해 무혐의 조사수용자가 입은 불이익 등을 사후적으로 완화하거나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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