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색칠하고 가로등 밝혔더니…'범죄공포' 급감

염리동 주민 10명 중 8명 "범죄예방효과 있을 것"
실제 지구대 신고 건수 30% 이상 줄어들어
  • 등록 2013-03-13 오후 1:59:35

    수정 2013-03-13 오후 1:59:35

휑하던 염리동 골목길에 바닥놀이를 그려놓자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소금길’로 바뀌었다. 서울시 제공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밝은 낮에도 걷기 꺼려했던 서울 염리동 골목길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주민이 늘었다. 가로등을 밝게 하고 담벼락을 도색하자 나타난 현상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염리동 골목길에서 시범 운영된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 효과를 분석한 결과, 자신이나 가족이 범죄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각각 9.1%, 13.6%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은 디자인으로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염리동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급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소금지킴이집’과 주민이 범죄 불안감을 느끼는 공간을 연결해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든 ‘소금길’이 범죄예방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 주민은 각각 79.3%, 78.6%에 달했다.

박경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범죄율이 낮아지더라도 주민의 범죄 두려움이 계속되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CPTED 적용 결과 염리동 주민의 범죄 두려움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공식적으로 지난 5개월 동안 담당 구역 지구대 신고건수가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염리동 주민의 동네에 대한 애착도 13.8% 증가했다. 연구원은 주민이 함께 마을을 꾸미도록 하고 운동공간을 꾸미는 등 지역사회 유대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서울 염리동 골목길을 디자인으로 개선하기 전(왼쪽)과 후. 서울시 제공
또 다른 CPTED 시범 운영 지역인 공진중학교에서는 교내가 무질서하다는 인식이 CPTED 운영 전보다 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범죄 두려움은 3.7% 줄어든 데 비해 학교 애착심은 1.4% 늘어났다. 특히 학교 시설물에 대한 호감도는 27.8%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심리인성검사 결과 자살위험도가 높았지만 심리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심리프로그램 추진으로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CPTED에 대한 긍정적 평가 결과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시범 사업지로 경찰청이 관리하는 서울시 서민보호치안강화 구역 중 ▲중랑구 면목 4·7동 ▲관악구 행운동 ▲용산구 용산2가동 해방촌 등 3곳을 지정하고 CPTED를 적용한다. 염리동 골목길 2단계 사업으로 주민 커뮤니티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할 ‘소금나루’를 오는 5월 개관할 예정이다. 이밖에 공원, 지하철, 오래된 주거단지 등에도 CPTED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공진중학교 내 페인트칠이 벗겨진 사각지대에 암벽을 탈 수 있는 ‘드림그라운드’이 조성되자 학생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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