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해결의 핵심으로 지목되던 냉각장치 복구 작업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원자로 내의 물웅덩이에서 매우 높은 수치의 방사선량이 검출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며 작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미숙한 대응과 불협화음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 원전 불안 여전..방사성 물질 유출, 체르노빌 사고 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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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음날 1~3호기 터빈실의 물웅덩이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물웅덩이는 원자로 내부의 냉각수 배관이 터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 중앙연구소(ZAMG)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유출량과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86년 발생한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보다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방출됐다고 밝혔다.
사고 원전에서는 지금도 계속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 사고가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사고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정부·원전 운영사, `주먹구구식` 대응
또 정부는 플루토늄 유출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하다 27일에서야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플루토늄은 우라늄보다 그 위험성이 수십 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고 원전 폐연료봉에 함유된 플루토늄239는 특히 치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고 초기 도쿄전력에 수습 전반을 맡겼다가 낭패를 본 일본 정부는 잇따른 추가 사태 발생에 대해서도 도쿄전력에 책임을 넘기는 자세로 일관해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뒤늦게 밝혀진 사실들로 정부는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도쿄전력 역시 실수연발이다. 도쿄전력은 27일 원전 2호기 물웅덩이에서 정상치의 1000만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가 몇 시간 만에 측정 오류가 있었다며 수치를 10만배로 변경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대처 자세로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정부와 원전 전문가들이 지진에 따른 쓰나미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원전 사고를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NYT는 해안가에 원전을 설립한 후 수십 년간 쓰나미 피해에 대한 대응 방침조차 세워두지 않다가 지난 2006년에서야 지침을 만들었을 정도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사고 대비 능력은 수준 이하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