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정훈기자] 카드사와 투신사의 유동성을 옭아매고 있는 카드채와 CP 유통시장 마비는 해당 금융기관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전체 자금시장의 숨통을 조이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책 당국의 대책으로 카드사들은 어느 정도 단기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지만, 카드채와 CP를 보유하고 있는 투신사들의 유동성 마련을 위한 직접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드채-CP 매물만 쌓여..수익률도 급등
카드채와 CP 거래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충격으로 사실상 중단됐지만, 카드채의 스프레드 확대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 들어서도 2월부터 꾸준히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 이달 들어서는 금융채 거래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카드채 거래는 오히려 더욱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 감소와 함께 카드채의 신용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평균 시평 -10bp를 유지하던 LG 국민 삼성카드 채권은 이달 중순들어 시평+10bp 내외로 올라섰고, 최고 +20bp를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대손상각채권 등 부실채권 판매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달 모 카드사는 6개월후 50% 회수 가능한 채권을 장부가액의 30% 수준에서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삼성과 LG카드에서도 대손상각채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제 이를 사려고 하는 기관은 없었다.
CP도 마찬가지. SK글로벌 사건 이후 매수호가가 완전히 실종되면서 투신권의 MMF 등에서 CP를 통한 단기자금 융통하기 힘들어졌고 이를 중개하는 금융기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브로커는 "그나마 SK글로벌 사건이 터지기 전만해도 카드채가 스프레드를 높여 거래되기도 했지만, 현재에는 매수호가가 없이 잠재 매물만 쌓여가는 상황"이라며 "91일물 단기채도 상대적으로 메릿이 있는 CD만 거래될 뿐 CP 거래는 사라졌다"고 전했다.
◇카드사, 잇단 대책에 단기유동성 해소 기대
이처럼 카드채 유통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카드사들로서는 잇단 정부 대책과 은행 등의 지원으로 만기 도래하는 카드채 상황이나 부족한 유동성 마련 등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우량 카드사들은 이미 어느 정도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이미 정부는 신용카드사에 충분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한편,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카드사의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며 현금대출 등 부대업무비율 50% 제한시한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연장키로 했다. 또 은행들도 카드사 ABS 발행을 지원하고 카드채를 매입할 예정이다.
카드사 문제의 핵심인 연체율이 급격한 상승세에서 벗어나 다소 완만한 추세로 돌아서고 있어 단기적인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고 캐쉬 플로우 위주의 경영을 실시할 경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투신권, 환매우려 여전..실질적 매입지원 요구
그러나 카드채와 CP 유통이 사실상 끊기면서 이를 편입해놓은 투신사 펀드쪽은 좀더 다급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투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카드채는 9조3000억원, CP는 10조4000억원, 카드채 ABS는 5조7000억원 등에 이른다.
특히 SK글로벌 사태로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좋은 통안채와 일부 금융채, 국고채 등을 우선적으로 팔아 치우면서 상대적으로 카드채 등의 비중이 높아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17일에는 정부의 카드사 대책이 발표됐고 이후 국민연금에서 카드채 매입 추진 소식이 전해졌지만, 투신사들은 당분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카드사 대책은 당장 카드채 유동성 확충으로 이어지기 어려운데다 국민연금의 카드채 매수호가도 삼성과 LG카드 등 일부 우량채에만 한정돼 있다.
특히 투신사들은 연금이 매수호가를 실제 시평보다 훨씬 높은 10~12%에서 내놓고 있어 손실을 우려해 거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프레드만 확대되고 있고 대상채권도 제한돼 장부가평가대상인 MMF에는 직접 영향이 없다며 푸념하고 있다.
결국 한은과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투신사들로서는 추가적인 펀드 환매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펀드내 편입된 카드채를 직접 매수할 수 있는 전용기금 구성이나 이들 채권을 묶어 유동화하는 세컨더리(secondary) CBO 발행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