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법인 텍사스로 옮겨"…스톡옵션 무효 판결에 뿔난 머스크

"560억 달러 보상 무효" 델라웨어주 판결에 불만
머스크 팔로워 대상 설문서 이전 87% 찬성
법인 이전 논란될 수도…"머스크 이기적 선택"
  • 등록 2024-02-02 오전 11:40:13

    수정 2024-02-02 오전 11:40:13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서 소액 주주에 패소한 데 반발해 주주 투표를 통해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머스크 CE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테슬라가 텍사스로 법인 소재지를 이전하기 위해 주주 투표를 즉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델라웨어에 법인을 등록했고 텍사스에는 공장을 두고 있다.

머스크 CEO는 팔로워를 대상으로 테슬라의 법인 소재지 이전 여부에 관해 물었는데 110만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87%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머스크 CEO가 법인 소재지 이전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난달 30일 델라웨어주 법원이 머스크가 받기로 한 560억 달러(약 74조7000억 원) 규모 보상을 무효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 머스크 CEO는 판결 소식이 전해진 뒤 X에 “절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머스크 CEO는 당시 테슬라 주주 9주를 보유한 소액 주주인 이른바 ‘개미’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했다.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는 테슬라 이사회가 2018년 머스크 CEO에 560억 달러 규모의 보상 지급안을 승인하자, 중요 정보를 주주 측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2022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보상은 머스크 CEO가 테슬라에서 월급과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회사 매출과 시가총액 등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12차례에 걸쳐 최대 1억1000만 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기로 돼있었다.

델라웨어주 법원은 “이사회가 그의 보상을 승인하기까지 과정에는 매우 결함이 있다”며 보상을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 머스크 CEO는 그동안 테슬라 실적을 기반으로 받은 74조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토해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머스크는 항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머스크 CEO의 법인 소재지 이전 카드는 델라웨어주의 위상을 고려하면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델라웨어는 1899년 미국에서 가장 관대한 법인 설립법을 제정하면서 기업들의 안식처로 자리 잡아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현재 10억개 이상의 기업이 델라웨어에 설립 돼 있는데, 이는 주의 유연한 기업법과 기업 친화적인 주정부 덕분이라는 게 델라웨어주 기업부서의 설명이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약 68가 델라웨어에 설립돼 있으며, 2022년 기준 미국 전체 상장사 5개 중 4개가 델라웨어에 등록돼 있다.

앞서 머스크 CEO는 2021년에도 규제 및 세금 문제와 관련해 캘리포니아주와 갈등을 겪은 끝에 테슬라 본사를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머스크 CEO의 법인 이전 계획이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찰스 엔슨 델라웨어 대학교 와인버그기업 거버넌스센터의 창립이사는 “머스크가 특정 시점에 특정 판사의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이사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에릭 탈리 콜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주주들이 ‘머스크의 이기적인 이유로 이뤄진 선택’이라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여전히 델라웨어주 법의 적용을 받는 동안 테슬라는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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