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폭로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의 한국관계 비밀전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회장이 방북 직후인 2009년 8월25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와 조찬을 함께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 면담 결과를 설명했고, 스티븐슨 대사가 이 내용을 사흘 뒤 전문을 작성해 국무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폭로의 출처는 재미교포 유명 블로거 안치용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씨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관발 외교전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그룹 "사실 무근..확인절차 없는 보도 문제있어"
현대그룹은 이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특히 현 회장이 현 정부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보도가 거짓이라고 강한 어조로 주장했다. 현대그룹측은 "현 회장은 결코 우리 정부에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다"면서 "당시 북측이 다소 유화적이고 우리정부가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말했을 뿐이며, 통역상 오류로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반박했다.
대화 내용이 허구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현대그룹은 "위키리크스 폭로라고 알려진 전문을 보면 김정일 위원장이 `한국의 두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사실 무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룹측 관계자는 "당시 현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난 시점인 2009년 8월16일엔 김대중 대통령이 생존해 있었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두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고 언급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강조했다.
그룹측은 또 "몇가지 사실관계만 보더라도 위키리크스의 전문을 통해 밝혀졌다고 전한 일부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 아님이 분명하다"면서 "한 개인 블로거가 전한 내용이 아무런 확인절차 없이 일부 언론에 가감없이 보도됨으로써 심각한 상황이 야기되는 건 우려할만한 사태"라고 역설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친(親)북 그룹으로 `찍혀 있는` 현 분위기에서 이같은 논란이 더해진다면 관계 개선은 물건너갔다고 봐야한다"면서 "현대건설 인수전만 문제가 아니고, 계속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관계 악화도 부담 요인이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고 전제했을 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발언 내용을 고스란히 `보고`하는 현정은 회장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목표로 하는 현대그룹으로선 분명 불편한 상황이다.
그룹측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 확대 재생산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몹시 억울한 상태"라며 "왜 이 시점에서 이런 보도가 나왔는지가 의심스럽다는 게 그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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