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채권프리즘)MMF 클래스 구분과 방화장벽

  • 등록 2003-07-02 오후 1:53:04

    수정 2003-07-02 오후 1:53:04

[edaily] 당일환매 제도인 MMF를 이번 SKG사건 이후로 익일환매(오늘 돈을 찾겠다고 신청하면 오늘 종가 가격으로 익일에 돈을 내주는 방식)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의가 만만찮다. 당일환매 제도는 이벤트 리스크에 매우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회사채가 부도가 났을 때 당일 환매신청을 하면 그 전날의 펀드가격으로 환매하므로, 부도에 따른 손실을 입지 않아 사건 당일 대량 환매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당 채권의 부도로 펀드의 가치가 어제 기준 100에서 실제로 오늘은 90정도로 줄어 들었는데, 당일 환매 고객들은 100의 가치로 50%를 상환해 가면, 남은 고객이 받는 펀드의 실제 가치는 80이 된다. 결국 환매를 하지 않고 있는 고객들은 당일 환매한 고객들에게 10만큼의 보조금을 지급해준 셈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돈을 찾아가려 한다. 이 경우 익일환매를 실시하면, 즉 오늘 환매신청 하더라도 다음날에 돈을 내주면 오늘 부도난 채권가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고객간의 형평성이 크게 어긋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채권가격은 그 가치를 바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 해당 채권 회수율을 어떻게 당장 알 수 있겠는가 - 부도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익일환매를 적용해도 환매가 계속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펀드를 분리하지 않고는 환매를 막을 수는 없으며, 따라서 익일환매가 이벤트 발생시에 MMF의 환매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다만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한 정도의 고객간 불평등은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MMF는 일종의 현금등가물로 무엇보다 당일 인출할 수 있는 기능이 중요하다. 오늘 당장 돈이 필요할지 모르는데 익일환매로 이를 찾지 못한다면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루 앞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늘 당장 찾을 수 있는 예비적 수요의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당일 인출할 수 있는 제도(당일환매)는 필요한데, 당일환매 제도는 상황에 따라서 고객간 심각한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첫째, MMF는 익일환매를 모두 적용하고 당일환매 자금수요는 MMDA시장이나 보통예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예금의 하루 금리는 거의 무시할만하다. MMDA도 금리를 조금이라도 받으려면 1주일 이상 예치해 놓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면 운용 수익률이 낮아진다. 국공채만으로 구성된 MMF보다도 수익률이 낮다. 둘째, 콜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금융기관은 가능하다. 그러나 법인이나 개인은 콜시장에 참여할 수 없으므로 이들은 콜금리 정도를 받고 하루 자금을 운용할 방법이 없다. 셋째, 당일환매를 하는 MMF에 가입하되 이벤트 리스크가 거의 없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즉 국공채 MMF에 가입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벤트 리스크는 없어도 금리 상승에 대한 위험은 있다. 그러나 하루 만에 금리가 1%이상 상승 - 그래도 시가 괴리율은 -0.25%이다 - 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당일환매와 익일환매의 차이가 별로 없으므로, 당일환매 포기에 따른 효용감소에 비해 익일환매의 실익이 별로 없다. 다만 회사채를 편입할 수 있는 MMF는 이벤트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익일환매를 적용하는 것이 좋다. 이제 고객은 자신의 현금수요에 따라 당일환매 국공채 MMF와 익일환매 MMF에 적절히 자산을 배분하여 가입하면 된다. 그리고 당일 바로 필요한 예측 불가능한 자금 수요는 국공채 MMF에 배분하여 해결하면 된다. 즉 MMF의 펀드를 자산 클래스에 따라 구분하고 각각 환매방식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준다. 펀드 클래스를 구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방화벽이 되기 때문이다. 대량환매는 펀드 중에 조금의 티가 있어도 발생한다. 따라서 그 티가 될만한 것은 분리하여 놓으면 문제가 발생해도 우량 MMF까지 확산되지 않는다. 이번 SKG와 카드채 문제가 일어났을 때 국공채 MMF가 활성화되었던 것도 이런 이유이다. 만일 국공채 MMF가 이미 있었다면 이 펀드는 대량 환매가 아니라 오히려 자금이 유입되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결국 현재의 MMF 편의성을 거의 해치지 않고 안전성은 증가시키게 된다. MMF의 신용등급 규제를 했을 뿐만 아니라 방화벽까지 쌓게 되므로 안전성과 상품성을 제고 시킨 효율적인 방법이라 판단된다. 시가형 채권 펀드도 회사채 펀드, 고수익 펀드와 국공채 펀드 등으로 자산의 신용도에 따라 클래스가 구분이 되어 있으면 이것 자체가 방화벽이 되어 시장 안전성을 제고 시킨다. MMF는 법인과 개인 뿐만 아니라 투신 운용사의 중요한 상품 중의 하나이다. 상품성과 안전성을 적절한 점에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MMF의 환매가격 산정방식에서 일률적으로 당일환매와 익일환매라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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