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우려에 한우 매출 20% 줄었다

AI 이어 구제역, 연이은 가죽 질병에 국내산 먹거리 ‘타격’
국산 소고기 매출 줄고, 외국산은 12% 늘어
유업계도 대책 마련 분주 “수급에는 문제없어…문제는 수요”
돼지로 확산하면 문제 더 커져…방역 강화
  • 등록 2017-02-12 오후 2:46:16

    수정 2017-02-12 오후 2:46:16

지난 9일 경북 안동시 정하동 한 축산 농가에서 공수의사가 소에게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구제역 확산 우려에 국산 소고기 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이 줄어든 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은 가죽 질병으로 국내산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12일 이마트에 따르면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견된 이달 5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 국내산 소고기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19.6% 급감했다. 반면 수입산 소고기 매출은 오히려 같은 기간 1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돼지 구제역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돼지고기 역시 수입산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같은 기간 이마트 수입 돼지고기 매출은 16.9% 증가한 반면 국내산 돼지고기는 5.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마트 관계자는 “산지한우 물량이 50% 줄어드는 등 수급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없다”며 “가격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심리 악화”라고 해석했다.

외식업계는 AI에 이은 구제역 사태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우전문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안 그래도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구제역으로 소고기 자체를 외면하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형 한우 전문 음식점 매출은 최소 10%에서 최대 40%까지 감소했다. 일부 업체들은 임시 휴업을 하거나 폐업했다.

유업계도 구제역에 긴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주요 유업체와 거래하는 목장에서 구제역에 걸린 사례는 없지만 언제 확산할지 모르는 데다 막연한 불안감에 소비를 꺼릴 수 있어서다.

유업계 관계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젖소만 이번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10년 최악의 구제역 사태를 겪은 이후 전국 목장에서는 정기적으로 구제역 백신을 접종해왔고, 업체들도 다른 때보다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살 처분된 젖소는 428마리로 전국 젖소 사육두수가 40만 마리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진 수급 문제를 걱정하긴 이르다. 그러나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은 주요 소비층이 유아와 어린이여서 아이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들이 구제역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돼지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상 처음으로 ‘O형’과 ‘A형’ 완전히 다른 두 개 유형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O형 바이러스 백신만 접종한 돼지는 A형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돼지에 접종할 A형 백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충북 보은에서 지난 11일 세 번째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구제역 발생 농가는 전국 다섯 곳으로 늘었다. 지난 5일 구제역 첫 발생 이후 살 처분된 소는 모두 16개 농장 1196마리로 1000마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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