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유럽연합(EU)이 일부 회원국 반대로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합의에 실패했다.
|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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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대표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안타깝게도 오늘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U의 제재는 27개국 회원 전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헝가리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연합 전체가 한 회원국에 의해 끌려다니고 있다”며 헝가리를 비난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부 외교관들은 오는 30~31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가 마침내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안나레나 베이복 독일 외무 장관은 “조만간 우리는 합의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왑케 호엑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 역시 곧 합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헝가리의 입장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페테르 씨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러시아에서 원유 수입을 끊게 되면 헝가리의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때 150억~180억유로(약 20조300억원~24조4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일부를 EU에서 보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렐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씨야르토 장관이 애초 제시한 헝가리 에너지 인프라 구축 비용보다 낮은 액수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이미 러시아산 원유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지금까지 총 5번의 러시아 제재안을 통과시켰지만,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해당 내용은 포함시키지 못했다. 이번 EU의 6차 제재안에는 향후 6개월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내년 1월에는 석유제품까지 수입을 끊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U 외무장관 전원은 이날 회의에서 5억유로(6700억원)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이에 EU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액수는 20억유로(2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