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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굴뚝농성 426일’의 주인공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노조 전 지회장이 “426일 전으로 돌아가도 굴뚝에 올라갈 것 같다. 노동자 현실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전 지회장은 14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통화에서 426일간 세계 최장기 굴뚝 고공농성을 끝내고 땅을 밟은 소감을 밝혔다.
홍 전 지회장은 “굴뚝 위에 있을 때 ‘포기하고 내려가야겠다’라는 생각을 일상적으로 했다”라며 “굴뚝 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알아 위에서 버텨야만 했다. 그렇게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전 지회장은 사측과 합의한 내용이 악질적인 자본을 보여주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고용보장이 3년인 부분도 그렇지만 합의 내용을 보면 신생노조가 아닌 우리를 마치 신생노조처럼 대우하는 걸 볼 수 있다”며 “사측이 농성 400일이 지나 교섭에 어쩔 수 없이 나와서 노조 자체를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지회장은 노사가 겨우 합의를 이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고 힘줘 말했다. 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차광호 파인텍 노조지회장의 408일간 굴뚝 농성 끝에 노사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단체협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단체협약 조항을 조율하다가 결국 협상이 무산됐다. 홍 전 지회장은 “이번에 작성한 합의서도 예전 합의서와 별 다를 게 없다. 김 대표가 신생법인을 맡는다 해도 어떻게 될지 보인다”라며 “4월 안에 단체협약을 하게 돼 있는데 사측과 당연히 부딪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면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홍 전 지회장은 “발전소가 고소를 취하한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우리들 힘 가지고는 무리가 있다”며 “업무방해죄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고, 2월 중순 쯤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출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명 파인텍 노조원은 모든 상황이 정리되면 오는 7월 1일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