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신용카드 대책, 길이 안 보인다

  • 등록 2002-05-17 오후 3:43:31

    수정 2002-05-17 오후 3:43:31

[edaily 김헌수기자] 금융감독 당국이 신용카드 문제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문제점은 여기 저기서 드러나는데 마땅한 근본 대책은 찾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길거리 모집 금지, 일부 카드사 영업 정지, 현금서비스 비중 축소, 카드사 책임 강화 등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고 강공도 펼쳤지만 자꾸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신용카드를 정리정돈할 답은 아직 못 찾았다. 진입장벽을 낮추려해도 이용자 중심으로 판도가 짜지는 구도가 되기 보다는 카드남발, 무리한 확장경쟁, 현금서비스 확대를 통한 과소비 자극 등의 부작용이 더 커 보여 주춤하고 있는 상황. 이렇게 해보려니 저쪽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저쪽을 막으려니 이쪽에 구멍이 생기는 식이어서 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길이 안 보인다"고 표현한다. ◇불거진 신용등급..수수료 조기 인하 유도 금융감독원의 부원장이라는 고위직 인사도 신용카드회사의 잣대로는 최하치 고객에 불과하다. 카드사 평균으로는 79%, 높은 곳은 86%의 고객이 최하위 신용등급으로 분류돼 가장 높은 수수료를 물고 있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분석 결과 드러났다. 분류기준이 합리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들어가면 막막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류기준을 바꿔 등급별로 적정하게 분포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그럴 경우 수 많은 이용자들의 신용등급이 올라가게 되고 이는 곧 카드사용한도, 현금서비스 한도가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요율 뿐 아니라 각종 한도도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화되있기 때문에 등급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한도가 높아져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 금감원은 우선 신용카드 수수료의 원가분석을 통해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되고 있는 수수료율을 조기에 인하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용역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 지어 수수료율이 이른 시일내에 인하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수료율 인하가 정답인 것은 물론 아니다. 지금은 높은 수수료율이 부담돼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조차도 수수료율이 적당한 선까지 낮아지면 이용하겠다고 나설 수 있기 때문. 이용자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내 놓은 대책이 자칫하면 대출기능만 키워 "저변"을 넓혀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암초에 걸린 신규진입 촉진 카드산업에 신규진입을 확대해 소비자 중심의 경쟁을 촉진하자던 구상도 두 가지 암초에 걸려 한 치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첫째는 신규진입하려는 주체가 하필이면 대그룹이라는 점. 잘 알려진대로 롯데그룹과 SK그룹이 신용카드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캐피탈의 가입고객수 등 규모를 키워 자체적으로 진출한다는 구상이고 SK그룹은 전북은행 등과의 제휴 등 다각적인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번째 암초는 신규진입이 신규 소비를 촉발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3월말 현재 카드 발급매수는 약 9600여만장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새 카드회사가 생기면 그렇지 않아도 많다는 카드 매수가 더 늘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 당연히 카드사용이나 현금서비스가 늘어나 현재 정부가 서 있는 스탠스하고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그룹이 카드산업에 진출하면 특혜시비는 필히 따라 붙을 것이고 신규진입을 통한 경쟁촉진도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카드사용을 줄이도록 해보자니 내수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고 현금서비스를 줄이자니 사금융이 활개를 칠 것이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카드사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이후로 감독당국이 신용카드 문제에 대해 언급을 안하고 있는 것은 이런 속앓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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